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엄마 김정화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83]

박미소 기자 2024. 3. 29. 06: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정화씨(57)는 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엄마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5·18, 해병대캠프 유가족들께 너무 미안했어요.

우리 유가족들이 전부 힘을 합쳐야 하는 그런 때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엄마 김정화씨. ⓒ시사IN 박미소

김정화씨(57)는 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엄마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뭐든지 나서서 하고 흥이 많아 춤을 잘 추는 사람이었던 김정화씨는 2014년 이후 춤을 춘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딸을 천국에서 만날 날을 위해 예전보다 더 잘 살아가기로 했고, 자신을 다시 찾는 중이다.

“이제 겨우 화장을 해요. 이젠 우리 빛나라도 늙어서 짜글짜글한 엄마보다는 좀 더 예쁘고 빛나는 엄마를 원하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작은딸이 ‘너무 힘들어 보이지 말고 10년 전보다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성스레 화장을 해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빛나라가 나온 꿈에서 원래 긴 머리였던 애가 단발머리로 톡 잘라서 나타났어요. 파란 줄무늬 체크 남방을 입고 성인이 된 모습으로 저를 보면서 편안하게 웃는 거예요. 나중에 천국에서 딸을 만나면, ‘엄마 잘 하고 왔어’란 말을 듣고 싶어서 예전보다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온마음센터에서 피아노를 배워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어요. 요즘은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딸이 천국에도 하나 있고, 여기 땅에도 하나(작은딸) 있다고요.

초반에 안산시 복지관에서 반찬이나 김장도 가져다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그때는 고마운 걸 몰랐어요. 자식을 잃었는데 이런 것들이 뭔 소용이냐 싶었죠. 아무리 위로해줘도 위로가 안 되고요. 샤워할 때가 제일 좋았어요, 맘껏 울 수 있으니까요. 사는 게 당연하지 않던 때였죠. 작은딸이랑 저는 초반에 어디를 가든 빛나라 얘길 했어요. 빛나라하고 여기 식당 갔었지, 언니가 저기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앉아 있었지 하면서 많이 울었죠. 그렇게 하면서 작은딸이랑 저는 빛나라를 잘 보내준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은 아직인가 봐요. 남편이랑은 빛나라 이야기를 전혀 안 해요. 딸이 사고 당시 아빠한테 전화해서 무섭다며 구해달라고 했는데, 그때 아빠가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던 게 지금까지 죄책감이 너무 큰가 봐요. 여전히 많이 힘들어해요.

이제 저희도 자식 잃은 마음을 알아요. 5·18, 해병대캠프 유가족들께 너무 미안했어요. 그때 그 엄마들이 어땠을까 하고요. 이태원 참사는 더 마음이 아프죠. 우리 유가족들이 전부 힘을 합쳐야 하는 그런 때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4월16일이 지나면 이태원 참사 가족들을 뵙고 싶어요. 위로의 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신 꼭 같이 밥 한번 먹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목구멍에 밥도 안 넘어갈 때, 아무 말 않고 밥을 사주고, 옆에 와서 같이 먹어준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이제는 우리 세월호 참사 당사자 모두가 불행하지 않고, 이전보다 마음이 더 좋아지고 더 나은 삶을 같이 살아가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김빛나라씨.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