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물가’ 급등에 바빠진 공정위… 제빵·주류 산업 ‘조준’

세종=김민정 기자 2024. 3. 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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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하는 빵 물가, 1년 동안 9.5% 오르자
빵 유통구조·가격 결정 요인 파악하는 공정위
출고가 인상에 판매 가격까지 비싸진 소주·맥주
주류업체 독과점으로 가격 상승했는지 ‘감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제빵산업과 주류산업 실태 조사에 나섰다. 빵과 주류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 가계에 부담이 커지자 시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제빵과 주류산업 시장 구조를 파악한 뒤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제빵·주류산업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각각 발주했다. 제빵과 주류업계 주요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유통 구조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용역의 핵심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 진열된 빵 모습. /뉴스1

◇ “가격 왜 올랐나?” 제빵 산업 구조 파악하는 공정위

공정위는 국내 빵 가격이 해외에 비해 높다는 불만이 지속해서 나오자 제빵산업 시장 분석에 나섰다. 제빵 산업은 직접 구워 파는 ‘베이커리’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양산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시장별 시장 점유율과 유통구조, 가격 결정 요인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제빵 산업의 경쟁 상황을 파악하고, 담합 등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기존의 법이나 규제로 인해 신규 진입이 어렵지는 않은지도 확인한다. 경쟁을 통해 기업이 빵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가 제빵 산업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은 빵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빵 물가는 1년 전보다 9.5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물가 상승률인 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빵 가격이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설탕과 소금 가격은 각각 전년보다 14.1%, 13.0%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 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시내 파리바게뜨 ‘후레쉬 크림빵’ 가격은 1700원으로 1년 전(1400원)에 비해 21.4% 올랐다.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의 ‘달콤한 연유 바게트’ 가격은 3100원에서 3400원으로 9.7% 상승했다. 뚜레쥬르 ‘슈크림 빵’도 1700원에서 1900원으로 11.8% 올랐다.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 메뉴판. /연합뉴스

◇ 출고가 인상에 판매가격까지 ‘껑충’… 주류산업도 ‘조준’

공정위는 주류산업도 들다볼 예정이다. 주류 가격 역시 크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맥주 ‘켈리’, ‘테라’와 소주 ‘참이슬’ 출고가를 평균 6.8~6.9%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맥주 ‘카스’, ‘한맥’ 등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주류 시장은 업계 1위가 술값을 올리면 경쟁 업체가 일제히 술값을 따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출고가를 올리면 음식점·주점에서 파는 주류 가격도 함께 뛰면서 물가에 영향을 준다. 실제 식당 등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 상승률이 대형마트·편의점에서 파는 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은 전년보다 6.9% 올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9.7%) 이후 25년 만의 최고치다.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 물가 상승률(2.4%)의 2.9배에 달한다. 소주의 외식업체 물가 상승률도 전년에 비해 7.3% 뛰었다.

정부는 규제 울타리에서 형성된 독과점 구조를 이번 가격 인상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류 제조, 수입, 도매 유통 과정에서의 진입 규제, 가격·사업 활동 제한 규제 실태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실제로 주류 산업은 독과점 구조인 상황이다. 공정위가 이달 초 발표한 국내 480개 광업·제조업 분야 시장구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맥주·소주 산업의 산업집중도는 10년(2011~2021년)째 95.8%와 81.7%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이 장기간 심화했거나,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산업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이라면서 “어떤 식으로 가격이 형성되는지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를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공정위는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업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9일 공정위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를 현장 조사했다. 공정위는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 3사가 담합해 설탕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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