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부동산 침체에도 예외인 이곳...시진핑이 직접 챙기는 도시, 슝안신구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3.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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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 프로젝트 발표 7주년
2035년까지 400조 투입해 건설
자율주행 버스 다니는 스마트 도시
기업 입주는 아직… 흡사 유령도시
‘베이징까지 30분 통근’도 불가능

지난 27일 중국 허베이성 슝안역. 베이징 서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1시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서울의 세 배 크기인 1770㎢(약 5억3500만평)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슝안신구’가 들어서는 곳이다. 차를 타고 둘러본 도시는 그야말로 거대한 건설 현장이었다. 눈길이 닿는 곳곳마다 크고 작은 건물들을 올리고 있는 크레인과 인부들이 보였고, 아직 허허벌판인 땅들 역시 조만간 공사 시작을 알리는 간판이 각각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택시 기사 류모(49)씨는 “요즘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전국 건설 현장이 멈춰 서고 있다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라며 “시진핑 주석이 직접 추진하니 부동산 개발 회사들도 반드시 완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은퇴하면 이곳에서 산다더라”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의 도시’ 슝안신구 조성 프로젝트가 오는 4월 1일로 7주년을 맞이했다. 2017년 4월 1일 중국 국무원은 허베이성의 슝현·룽청현·안신현 세 지역을 묶어 수도 베이징의 경제 기능을 분산하는 국가급 신구인 슝안신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은 덩샤오핑 전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이 각각 주도한 선전경제특구, 상하이 푸둥신구에 이어 슝안신구를 시 주석의 작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건스탠리는 완공 시점인 2035년까지 2조~2조4000억위안(약 371조~446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 자율주행 버스 다니는 스마트 도시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조성하는 도시답게 슝안신구는 최첨단, 최고급을 지향하고 있다. 먼저 ‘친환경 스마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저탄소 지능형 교통망을 구축 중이다. 자율주행 버스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이날 직접 탑승해 본 자율주행 버스는 총 2개 노선이 한 시간 간격으로 30분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요금은 무료다. 교통 신호와 차량, 사람 등 기본적인 장애물을 인식하는 수준이며, 시속 30km 안팎으로 달린다. 안전을 위해 관리요원이 탑승하는데, 길 한 가운데 떨어진 장애물은 인식하지 못해 관리요원이 직접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10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이곳을 500만명 도시로 바꾸기 위해선 주거 시설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 부동산 직원은 “수백 동짜리 아파트 단지는 물론 고층 아파트 단지까지 대부분 지어졌거나 이제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택시기사 류씨는 “이전엔 농촌 주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직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아 이곳 원주민들도 대부분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했다.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인 교육의 경우 ‘유치원까지 5분, 초등학교까지 10분, 중학교까지 15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학교를 조성 중이다. 한 편의점 사장은 “베이징에서도 입시로 유명한 베이징 제4중학교가 이곳으로 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슝안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대학가도 조성된다. 베이징임업대, 베이징과기대, 베이징지질대, 베이징교통대 등의 캠퍼스 부지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이 외 의료 부문은 30개 진료 과목에 120명 이상의 의료진이 상주하는 슝안쉬안우 병원이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베이징대 인민병원도 지난해 11월부터 슝안캠퍼스 건설을 시작했다.

◇ 아직은 ‘유령 도시’… 업무·교통 인프라 미비

하지만 계획이 발표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였다. 중국 현지 언론은 슝안신구가 ‘베이징의 수도 기능을 이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직접 본 분위기는 달랐다. 정부기관과 과학기술회사가 밀집해 있다는 지역은 식당과 편의점 등 기초 상업 시설조차 들어와 있지 않았고, 점심시간 유동 인구도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어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다. 길을 오가는 이들마저도 대부분 작업복을 입은 건설 현장 직원들이었다.

아직 입주한 기업은 소수이고, 이마저도 대기업 등은 슝안신구로 옮겨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국 기업계 인사는 “많은 국영, 민영 기업이 슝안신구로 이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주소지만 옮긴 상태일 것”이라며 “슝안신구의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원들이 근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슝안신구로 이전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지난 27일 슝안신구 중심 업무지구. 점심시간임에도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거리가 텅 비어있다./이윤정 기자

슝안신구에서 베이징시까지 통근 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한다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였다. 고속철도의 경우 베이징 서역까지 1시간 걸리는 데다, 베이징 서역에서 시내 중심으로 진입하는 데도 30분가량이 소요된다. 베이징과 슝안신구를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하긴 했지만, 역시 차가 밀리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37분 소요되고 이마저도 베이징 외곽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다. 이곳 택시 기사들은 “지금이야 오가는 차가 많지 않지만, 향후 교통량이 늘어나면 베이징에서 차로 출퇴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슝안신구 프로젝트를 직접 관장하는 만큼 2035년까지 도시 면모는 제대로 갖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주기적으로 슝안신구를 둘러보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세 번째로 슝안신구를 방문해 직접 시찰했다. 당시 그는 높은 기준과 품질로 슝안신구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는 “(지난해) 슝안신구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며 주요 경제 성과 중 하나로 콕 집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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