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조 들여 부실 PF 토지 사들인다···CR리츠도 10년만에 재도입

한동훈 기자 2024.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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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건설경기 회복 방안
LH 통해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CR리츠 부활 지방 미분양 해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사의 보유 토지를 매입해 3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도 10년 만에 재도입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미분양 적체로 건설 업계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자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과거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 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LH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의 보유 토지를 3조 원 규모로 매입한다.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신 기업은 토지 매각 대금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앞서 LH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두 차례 걸쳐 총 3조 3200억 원 규모의 부실 PF 부지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정부는 또 CR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면 취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준다. CR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용하고 이익을 배당하는 투자회사다. CR리츠는 2008년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는데 2009년 2200가구, 2014년에는 5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각각 매입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지방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자 10년 만에 다시 CR리츠 카드를 꺼낸 것이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향후 준공 후 미분양 추이에 따라 CR리츠의 양도세 면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밖에 PF 관련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준공 전 미분양 PF 보증 요건 중 분양가 5% 할인을 폐지하고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대상 PF 보증도 신설한다. 브리지론 단계(착공 전)에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은 LH 또는 공공 지원 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물가 상승을 고려한 공사비 조정을 진행하고, 특히 민간이 참여한 공공주택의 공사비는 지난해보다 15%가량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매입확약 도입·건설사 부채상환 지원···LH, 15년만에 긴급처방

■PF부지 매입 등 3조 투입

LH,역경매 방식 부지 매입···기업에 매수청구권도 부여

CR리츠 미분양 매입땐 취득세 중과·종부세 합산 배제

공공 공사비 현실화···산업 안전 관리비 15~20% 상향

정부가 2008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지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 업계의 경영난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78을 기록하던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월 56 △3월 51 수준으로 떨어졌다. BSI는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 호전보다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경기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PF 대출금리는 8~9%에 육박하고 있다. 2021년 12월 3~4%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반 만에 2배 이상 뛴 셈이다.

정부가 LH의 PF 부지 매입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은 유동성을 지원해 기업들의 부채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자금 지원이 필요한 부지다. LH가 건설사 등의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 받은 뒤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은 토지 매각 대금을 부채 상환에 활용해 다른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데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번에는 토지 매입 방식과 더불어 LH가 추후 토지 매입을 확약하는 매입 확약 방식도 도입했다. LH가 확약일로부터 1~2년 만기를 둔 매수청구권(풋옵션)을 기업에 부여하고 추후 기업이 LH에 매수 청구할 경우 그때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LH의 신용 보강 효과가 있는 셈이다.

매입 규모는 총 3조 원으로 1차(상반기) 사업에서 매입 1조 원, 매입 확약 1조 원 등 2조 원을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1조 원은 7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신청 자격은 △부동산개발업자 △주택건설사업자 △부동산투자회사 등 법령에 따라 등록된 사업자 중 대출 금융기관의 토지 매각 동의를 얻은 사업자다. 매입 가격은 LH·SH 등의 공급 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를 상한으로 신청자가 희망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가용할 수 있는 토지인지, 소유권이나 저당권 등 문제는 없는지 실사 등을 거쳐 실제 매입이 진행된다. 1차 매입 계약은 상반기 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LH가 전액 부채 상환용 채권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

아울러 이날 건설 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는 세제 지원을 받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방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건설 업체 등의 유동성 리스크와 신규 건설 착공 지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9개 CR리츠를 통해 미분양 주택 3404가구를 매입해 운용한 바 있다.

CR리츠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시 취득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도 부여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가 기존 12%에서 1%만 적용된다. 종부세는 주택 취득 후 5년간 합산에서 배제한다. 현재 팔리지 않은 미분양 주택들을 떠안고 있는 건설사는 법인세와 종부세까지 납부해야 하지만 CR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면 민간을 상대로 임대 사업을 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다시 분양할 수 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CR리츠를 통해 투자자와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임대 운영하는 기간 동안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장에서 갈등이 큰 공사비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직접 공사비 산정 기준을 시공 여건(입지·층수 등)에 맞게 개선하고 산재 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산업 안전 보건 관리비도 15~20% 상향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합동 작업반을 출범해 업계 및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객관적인 공사비 근거를 산출해 추가 개선 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단발성으로 운영하던 PF조정위원회도 상설 운영한다. 다음 달 8일부터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실효성 있는 조정을 위해 현재 훈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정위원회를 법정 위원회로 격상하고 PF 사업 착수 단계부터 이력을 관리하는 ‘PF 사업 정보 종합적 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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