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발표 보며 만드는 '미끼문자'…당하는 사람 확 늘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 정책 발표에 맞춰 조직 내 미끼문자팀, 해커팀, 콜센터 팀, 시나리오팀이 피해자 한 명을 속이기 위해 전부 달려든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치열하게 정부 경제 정책을 확인하고 수시로 미끼문자 내용과 전화로 속이는 시나리오를 교체한다"며 "사실상 범죄 전문 조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달 피해액이 500억원을 돌파하고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서민 지원용 금융 상품까지 악용하는 등 신종 기법이 활개를 친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진화하는 범죄 행태를 살펴본다.
"안녕하세요 신한저축은행의 담당 김은하 대리라고 합니다. 현재 고객님께서 받으실 수 있는 상품은 저축은행 중앙회에서 지원하는 스탠다드 론이라는 정부 지원 상품으로 진행이 가능하셔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보이스피싱 범죄자)
"오 그런게 있나요?"(피해자)
어설픈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제 없다. 전문화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부 경제 정책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각종 관련 기사를 반복 확인한다. 정부 정책 발표에 맞춰 조직 내 미끼문자팀, 해커팀, 콜센터 팀, 시나리오팀이 피해자 한 명을 속이기 위해 전부 달려든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27일 정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마감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겨냥한 미끼문자(스미싱) 발송량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막아놨지만 이를 우회해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이 있다는 식의 미끼문자가 나돌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정부는 당장 집을 마련할 돈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이같은 정책을 마련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정부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자 발빠르게 특례보금자리론 전용 미끼문자를 대량으로 뿌렸다.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고 이를 받으면 해당 문자에 적힌 외부 URL 링크를 누르도록 했다.
정부가 올해 1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유사하게 행동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분업화·전문화했다. 콜센터 직원은 전부 한국인을 채용해 고정금리·변동금리·대출·상환 등 금융 용어를 완벽히 숙지시킨 후에 현장에 투입시킨다.
미끼문자팀은 정부 정책 발표를 수시로 확인하고 이에 맞춰 시나리오를 만든다. 미끼문자의 내용도 이들이 수정해 외부 업자에게 맡겨 국내 휴대전화로 무작위 살포한다. 미끼문자팀의 시나리오를 받은 콜센터 팀은 이에 맞춰 피해자를 직접 속인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상세한 개인정보가 필요할 경우 탈북자·중국인으로 구성된 IT 전문 해커팀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바꿔주는 변작중계기 구입 등 범죄에 필요한 인프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경찰은 단순히 검찰 등 사법당국을 사칭하는 것보다 정부 정책 발표에 맞춰 시나리오를 짜다보니 이에 속는 피해자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이 긴급히 큰 돈이 필요한 피해자의 심리를 공략하기 때문에 평소라면 속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돈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얼마든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치열하게 정부 경제 정책을 확인하고 수시로 미끼문자 내용과 전화로 속이는 시나리오를 교체한다"며 "사실상 범죄 전문 조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범수, 성을 대하는 격의 차이" 이윤진 또 폭로…"변호사 연락 왔다" - 머니투데이
- 한소희, SNS로 혜리에 "뭐가 재밌었는지 묻고파"…현재는 글 삭제 - 머니투데이
- 빚 갚으려 새벽배송 하는 25세 러시아 아내…암 투병 남편 "죄책감" - 머니투데이
- 박수홍 "박진희 남편, 부장판사 됐더라…난 피해자로 활동 중" - 머니투데이
- 피임 안하던 부부, 임신하자 남편 '떨떠름'…"우리 둘만 살자 했잖아" - 머니투데이
- "네 몸 육덕져, 만지고 싶었다"…사촌동생 강제추행 한 목사 - 머니투데이
-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 머니투데이
- 나란히 신발 벗고 앞좌석에 발을 떡하니…부산 극장에 나타난 빌런들 - 머니투데이
-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 머니투데이
- "5월엔 팔아라" 올해는 다르다? 코스피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