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그라피티’ 최성욱 작가 “동호인만 1만명, 합법 작업 공간 원한다”

한대광 기자 2024.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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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류관순 열사, 부평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 시리즈 100여 창작한 국내 1세대 작가
“서울 두 곳 외에 지방엔 작업공간 없어”
‘불법’ 시선 넘어 도시재생적 가치 호소

스프레이와 마커를 이용한 그라피티 작업으로 독립운동가를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독립운동가 시리즈의 경우 2013년부터 최근까지 100여점의 작품을 창작했다. 국내 1세대 그라피티 작가로 대표되는 최성욱씨(레오다브·LEODAV)다.

최성욱 작가가 지난 27일 인천 부평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프레이를 이용해 그라피티 작품을 그리고 있다. |한대광 기자

‘독립운동가 시리즈’의 첫 작품은 2013년 9월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골목 벽면에 그려진 류관순 열사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으로 재해석됐다. 9월28일은 열사가 순국한 날이다. 그는 김구·안중근·윤봉길·박열 열사 등도 그렸다. 당시엔 불법이었지만 시민들과 관광객의 관심과 응원이 모이면서 정독도서관 측이 그에게 정식 작품 제작을 의뢰하는 반전이 벌어졌다. 올해도 그는 일부 훼손된 작품을 복원할 예정이다.

최성욱 작가가 2013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그라피티로 표현한 류관순 열사.||최성욱 작가 제공

최 작가는 “2013년은 교과서에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벌어진 교과서 파동이 불거졌을 때”라며 “마블 영화의 주인공들도 미화되고 상품화되는 세상인데 역사에 실존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활동을 젊은 층에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숙·경건하게만 표현됐던 독립운동가들을 젊은 층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일부 변형하고 화려함까지 입혔던 그의 노력은 최근에는 일러스트·굿즈·펀딩까지 이어질 정도로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2019년 3.1운동 및 상하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진행됐던 광화문 특설 벽면 전시, 지난해 인천 부평삼거리 김구 선생 작품 전시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는 뜻이 맞는 예술가들과 2018년 출범시킨 위인 프로젝트 ‘코리아 레지스탕스’ 기획전도 진행 중이다. tvN ‘유퀴즈온더블럭’ 로고 및 그라피티, 걸그룹 에스파의 뮤직비디오 배경 작업도 그가 맡았다.

최성욱 작가가 작업한 유키즈온더블럭 로고 및 그라피티.|최성욱 작가 제공

그의 작품세계는 최근 파랑·노랑·검정·분홍 4가지 색으로 표현하는 얼룩무늬(카모플라주)로 희망을 표현하는 ‘러브 카모 라이프(Love Camo Life)’로 이어지고 있다. 최 작가는 “고등학교 때 미술을 좋아했고, 대학교 다니면서는 힙합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우연히 그라피티의 영역까지 접하게 됐는데, 같이 활동하는 많은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접는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러브 카모 라이프’는 이젠 주변에 동화되지 말고 자신만의 끼와 꿈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욱 작가가 2023년 인천 부평 삼거리에 전시한 김구 선생 그라피티 작품.|최성욱 작가 제공

국내에 그라피티 작가는 50여명, 취미 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동호인들은 1만명 가까이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대학과 중고교에서는 그를 초청해 특강까지 진행하는 등 그라피티에 관한 관심과 참여가 확산하고 있지만 가장 큰 현안은 ‘합법 공간’ 확대다.

최성욱 작가 프로필 사진.

서울에는 압구정 토끼굴과 신촌역 토끼굴 2곳이 합법적으로 그라피티 작품을 그릴 수 있는 곳이다. 지방에는 아예 한 곳도 없다 보니 그라피티 작가나 동호인들이 서울까지 상경해야 하는 문제와 함께 불법 그라피티 작품을 둘러싼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최 작가는 “미국과 프랑스 등에선 방치된 공간에 그라피티 작가들의 작품이 그려지면서 비쥬얼이 만들어지고, 그 공간에서 비보이·DJ·유튜버 등이 활동하면서 가든파티와 페스티벌까지 열리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그라피티는 문화 활성화의 영역은 물론 도시재생의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제는 지자체 등이 합법적으로 그라피티 작업 공간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대광 선임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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