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전주을 유세전' …이의 '심판' vs 정의 '담판' vs 강의 '끝판"

박기홍 기자(=전주) 2024.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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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전북 전주시을 총선을 '키워드'로 접근할 때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심판'과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의 '담판', 강성희 진보당 후보의 '끝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성윤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은 '정권심판 적임자'이다. 그는 지역과 중앙 2개로 나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데 중앙공약 1호가 '윤석열 정권 심판'이고 2호는 '검찰개혁 완수'이다.

검찰개혁도 윤석열 검찰독재의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것이니 넓은 의미의 '심판'에 해당한다. 4월10일 선거일도 '윤석열 정권심판의 날'이며, 심판해야 경제도 살아나고 민생도 회복된다고 주장한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을 후보가 선거 유세 첫날인 28일 전주시민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성윤 후보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는 유세 첫날인 28일 '담판'이란 단어를 꺼냈다. 그는 이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주시민들의 분노를 헤아리지 못했다며 스스로 죄인을 실어 나르는 수레인 '함거'에 자신을 가두었다.

그러면서 "중앙의 소통창구로서 윤석열 정부와 '담판'을 짓겠다"며 "여·야 협치와 쌍발통을 꼭 살려달라"고 유권자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삭발을 하고 전북도민들의 아픔과 분노를 다 껴안겠다며 대통령과 담판지을 수 있는 여당 3선 의원을 만들어 달라는 절박한 읍소이다.

강성희 진보당 후보는 '끝장'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정권 심판 차원에서는 민주당 이성윤 후보와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강 후보의 톤은 아예 "남은 3년은 너무 길다. 윤석열 정부를 끝장내겠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검찰독재를 끝장내고 정부의 전북 홀대도 끝장을 낼 힘 있게 싸울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성희 후보의 제1호 공약이 '윤석열 탄핵'이라는 점에도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심판을 너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이른바 직을 걸고 '끝판'을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과거에 죄인을 실어 나르는 수레인 '함거'에 들어간 스스로 가둔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 ⓒ프레시안
민주당 이성윤 후보의 '심판론'과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끝판론'은 공격적이라는 공집합이 있다. 심판을 하거나 결판을 내려면 싸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정치신인인 이성윤 후보가 유세 첫날인 28일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이른바 '이채양명주' 의혹으로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세게 '정권심판론'으로 공격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강성희 후보는 윤석열 정권을 공격하면서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이성윤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등 '투트랙' 공격에 나서고 있다.

반면에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의 '담판론'은 방어적이다. 야권의 칼끝을 막아내고 대통령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집권여당의 1석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담판을 지을테니 자신을 국회로 밀어 넣어달라는 호소이다.

공격과 수비의 열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각 후보의 과제로 관심사로 떠오른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성윤 민주당 후보가 한참 앞서가고 있고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와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그 뒤를 따르는 형세이다.

하지만 선거판의 싸움이 치열할수록 변수도 많고 변화도 요동치기 마련이어서 막판까지 지지층을 결집하고 20%대로 추정되는 무당층도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강 구도를 굳히고 있는 이성윤 후보는 '정권심판'이란 민심의 바다에서 자신이 최적의 선장임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표밭을 갈아온 기성 정치인에 비해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진정성을 갖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선거와 골프는 고개를 들면 진다'는 말처럼 겸손의 미덕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눈물의 함거에 들어간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는 머뭇거리는 중도층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전북의 표심은 진보와 보수, 중도로 3분(分) 되어 있고 중도층은 대략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권심판론'이 전북을 강타하며 중도층이 다소 얇아졌다고 해도 최소 20%는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4·10일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북 전주시 효천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천 후보는 중도층 흡수와 함께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과제도 껴안고 있다. 워낙 정권심판의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자신이 보수임을 표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숨어 있는 보수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량주로 평가되는 강성희 진보당 후보의 발등에는 '지지율 끌어올리기'의 불이 떨어져 있다. 여론조사는 선거일 6일 전인 4월4일부터 투표 이후까지 공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즉 사전투표일 전까지 여론조사를 진행 발표할 수 있어 마지막 여론조사는 4월3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희 후보는 남은 기간에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추진력과 진정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어 진보당의 강한 조직력이 얼마나 발휘되느냐도 판세 변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중도 외연 확장은 강성희 후보에게도 지상과제임은 틀림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큰 선거일수록, 세게 붙을수록, 변수가 요동칠수록 판세가 굳어진 상황에서도 민심은 언제든지 술렁일 수 있다"며 "투표가 끝나는 시점까지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진심을 보여주는, 속칭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9일로 남은 유세 일정은 12일로 줄었다. 전주을 유세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불을 뿜고 후보 간 싸움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홍 기자(=전주)(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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