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양 시그널…국영은행 통한 국채매입 임박
중국 정부가 20여년 만에 국영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을 통한 국채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채 매입을 통해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뜻인데, 대대적 경기 부양책에 나서는 시그널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 "중국 중앙은행이 새로 공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며 논란의 여지도 있는 통화정책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높다"며 "단행 시점은 시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통화정책'은 바로 국영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한 국채 매입이다. 국영은행의 국채 매입은 화폐 발행권이 있는 국영은행이 돈을 찍어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주고 정부가 현금을 쥐는 방식이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사용할 여력을 얻게 되지만 국영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또 시장에 돈이 너무 풀리면 환율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양날의 칼처럼 여겨진다.
현지언론이 인민은행의 국채매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근거는 뒤늦게 전해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년에 두 번 열리는 회의체이며 지난해 10월 30일 진행된 중앙금융업무회의에서 "통화정책 도구상자를 풍부하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국채거래를 점차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앙은행에 국채 추가 매입을 지시한 사례는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없었다.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하면서 중앙은행이 국채매입까지 동원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위기,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위기 등에도 국채매입보다는 지급준비율 인하나 재대출 등의 방식을 선택했었다.
중국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정책 기조이며 국정과제다. 시 주석의 입을 통해 나오기까지 그만큼 숙고의 과정을 거친다. 시 주석의 발언이 나온 이후 5개월여 간 인민은행은 아직 국채 매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작업이 시작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도 재해석된다. 판 총재는 이달 초 "(인민은행은) 풍부한 통화정책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인민은행은 이달 중순 만기도래한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동결했다. 역시 '통화정책 도구'를 언급한 시 주석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판 총재의 발언도 다른 대책을 의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일단 환영 분위기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담당 수석은 "인민은행의 국채매입은 정부 유동성을 확대하고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며 중국 국채 수익률 곡선을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중앙은행 국채 매입을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더 강력한 정책지원을 통해 중앙은행의 자금을 투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확보는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5.2% 목표 달성에 이어 올해도 5% 안팎 성장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연초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일부 훈풍이 분다. 전날 발표된 중국 1~2월 누적 공업이익도 전년 대비 10.2% 증가하며 무려 18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우려인데, 중국 경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장기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일단 시장에 지속적으로 돈을 풀어 내수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생산과 수출 등 전체 경제구조를 일으키는 방식이 유효할 거라는 조언이 나온다.
여러모로 경기부양 타이밍이 왔다는 해석이 제기되지만 양회(兩會) 등 대형 정치이벤트를 통해 대대적인 부양책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민은행의 국채매입이 현실화한다면 중국 정부가 재정투자 여력을 활용해 별도 대책을 낼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연초 업무보고를 통해 1조위안(약 186조원) 상당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판매하기로 한 상황이다. 사전 여건도 조성됐다.
베이징=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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