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 창문 내리고 "이기자"…김해을 '도전' 조해진 "해볼만해"

김해(경남)=한정수 기자, 김해(경남)=이병권 기자 2024. 3. 2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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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빅매치 르포] '낙동강 벨트' 경남 김해시을②-조해진 국민의힘 후보
김해시 율하사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는 조해진 의원. /사진=한정수 기자

26일 오전 7시30분쯤, 김해시 모산공원 인근 율하사거리.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비닐 우비를 입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신호 대기 중인 차량들에 말 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내리면 바로 비가 들이칠 정도로 비바람이 거셌지만 꽤 많은 운전자들이 조 의원을 알아보고 격려했다. 좌회전을 하던 한 승합차 조수석에 앉은 남성은 창문을 내리고 "안녕하세요, 힘내세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반대편 차로를 직진하던 한 화물차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경적을 빵빵 울리며 "이기자"고 외쳤다. 찰나의 순간, 조 의원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 밖에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뜻하는 'V'(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는 운전자와 손을 흔드는 운전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김해시을은 국민의힘이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보수당 지지도가 높은 영남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민주당 지지도가 만만치 않은 '낙동강 벨트' 초입이어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 그를 그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지난 세 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김해에는 주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이 지역 여론이 주변 지역으로 쉽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여야는 이 지역을 낙동강 벨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로 여긴다. 이에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영남권에서만 3선을 한 중진 조 의원을 이 곳에 배치한 것이다.

조 의원은 고심 끝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해시을에 전략공천됐다. 연고가 없던 탓에 처음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왔다"는 냉랭한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호의적인 시민들이 늘었다는 것이 조 의원 선거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제 치고나갈 일만 남았다"며 웃어보였다.

실제 조 의원을 지지한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내외전통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 A씨는 "옛날에는 이 지역을 보수당이 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있을 때 여당 의원이 당선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 사람이 쭉 있으면서 발전한 것이 뭐가 있느냐. 말로는 이것 한다, 저것 한다 해놓고 실제로 한 것은 별로 없다"고 했다.

A씨는 "조 의원이 김해에 연고가 없어 아쉽다는 여론도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따지면 외지인 아닌 사람이 어딨느냐"며 "밖에서 돌다가 선거 때 오는 것은 마찬가지지 않느냐. 노 전 대통령 동네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국민의힘에 표를 줘볼 것"이라고 밝혔다.

60대 택시기사 B씨도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며 "국회의원을 과반수 이상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의석을 더 많이 가져가면 탄핵한다고 하고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며 "집권당을 찍어줘서 일을 시키는 게 정답이다. 민주당을 찍으면 나라가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를 만나 인사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해진 의원실 제공

아직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지 결정하지 못한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내외전통시장 상인인 50대 여성 C씨는 "우리야 물건 받을 때 조금 싸게 해주고 시장에 사람 많이들 오고 하면 좋은 것"이라며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체감이 돼야 뽑든말든 할텐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김해는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고 젊은 세대가 모여드는 곳"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성장 속도에 맞춰 시민들 삶의 질이 따라가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선이 된다면 임기 중에 국가산업단 1곳, 정부공공기관 2곳, 대기업 3개사를 유치해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고 시민들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체계 개편과 의료체계 개선, 교육 경쟁력 제고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또 "3선을 하면서 영남권 지역 크고 작은 현안들을 수없이 해결해 왔다"며 "경험과 노하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리한 지역에서 도전자 입장으로 선거를 시작했지만 이제 해볼 만한 수준이 됐다"며 "이번 총선은 김해 발전의 진퇴가 걸린 선거다. 김해를 바꿀 해결사인 저를 반드시 선택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조해진 김해을 후보(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뉴스1


◇경남 김해시을은?

경남 김해시을은 전통적 경합지인 '낙동강 벨트'에 속하는 지역답게 보수 강세인 영남권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지난 다섯 차례 총선에서 세 차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과거 김해시을 선거구에 속해 있었다. 20대 총선부터 노 전 대통령 고향 진영읍(봉하마을)이 김해시갑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20만명이 넘는 인구 중 15만명 이상이 장유신도시에 거주한다. 장유신도시는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으로 젊은 편이다. 인근 부산과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결국 이 지역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지역 현역은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다. 2018년 재보궐선거 때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는 8%포인트 차이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국민의힘에선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3선 조해진 의원이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투입됐다.

경남 김해을은/그래픽=윤선정


김해(경남)=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해(경남)=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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