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사월

한겨레 2024. 3. 2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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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를 펼친다

손가락이 바깥으로 휘어 있다

바람이 빈 곳으로 달려 들어간다

땅이 자꾸 끓는다

땅이 밤마다 몽둥이다

눕지 못해 딱딱해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걷는다

차례로 서서 뒤척인다

나는 자주 물을 마셨다

불에 탄 자리는 짙은 색

불에 탄 자리는 짙은 옷

뒤섞여 있는 것들은

사람에게서 멀리 걸어 나온 발

빈집을 비닐에 넣는 동안

하늘이 처음인 구름 행렬

접어 놓은 지 오래된 슬픔은 못 입는다

마윤지의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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