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과일은 인권이다

관리자 2024. 3.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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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일값이 무시무시하다.

특히 사과값이 모든 과일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체로 선진국의 과일값이 높은 편이다.

어찌 보면 시대의 변화처럼 과일의 몸값도 엄청나게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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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일값이 무시무시하다. 특히 사과값이 모든 과일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과일값 상승은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오래전 ‘고춧가루 파동’ 이후 이런 현상은 오랜만인 듯하다. 인간이 과일을 탐한 것은 수백만년 전 영장류 때부터이니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니 돈이 없어 과일을 먹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는 것은 눈물 나게 서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일값 상승은 한시적인 현상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체로 선진국의 과일값이 높은 편이다. 소비 성향 역시 식재료에서 과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식재료에서 쌀값이 가장 컸고 과일값은 그리 높은 비중이 아닐 정도로 저렴했다. 당시 많이 소비하던 사과·배·귤·딸기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열악했다. 또한 제철에만 나고 소비됐다. 과일 소비가 사치로 여겨지는 시절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가? 과일 자체의 품질이 매우 좋아졌고 제철보다 앞서 출하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과일에 투여하는 에너지와 노동력이 월등히 높아졌음을 뜻한다. 쌀이나 기타 부식 소비가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때 과일 소비는 폭증했다. 어찌 보면 시대의 변화처럼 과일의 몸값도 엄청나게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사과값이 앞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가격이 상승한 근본적인 이유가 가속하는 기후변화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수확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때아닌 5월 서리·저온피해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가마다 큰 피해를 봤다. 과거에는 사과 주산지로 경북 안동·청송, 경남 거창 등을 꼽았는데 ‘사과는 영남’이라는 공식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사과 재배지가 꾸준히 북상했다. 사과는 일교차가 클수록 당도가 높아지기에 밤 기온이 서늘해야 하는데, 영남지역은 이제 야간에도 고온이 지속하는 열대야가 극심해졌다. 요즘 한창 사과를 키우는 강원지역 역시 사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땅이 다 말라서 가지치기를 하며 꽃이 피길 기다려야 하는데 아직 과수원에 눈이 쌓여 있다고 한다. 2050년대에는 강원에서도 사과 재배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그땐 사과가 더 귀해지리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과일값 안정화를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가? ‘상인의 도’가 바닥에 떨어진 유통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경매제도를 줄이고 시장도매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산물 가격 폭등 이후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구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밝혔다. 하지만 행동은 수입 과일을 늘리는 방법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 한다. 이는 기후변화 때문에 수시로 재해를 입는 농가를 위한 적절한 대책도 아니고 소위 식량주권이라는 대의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과일은 먹는 사람에게는 본능인, 인권의 문제다. 또한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니 이도 인권 문제다.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올바른 법과 제도를 세우고 피해자를 보호 지원하는 것이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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