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저온피해 막아라”…대비책 마련에 동분서주
비가림시설 내부 설치 나서
지자체도 설비 지원 팔걷어
냉해 경감제 구입비 보조도
농기원, 사후 대응 기술지도
지난겨울 따뜻한 날씨 탓에 과수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현장에선 저온피해 우려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가와 지방자치단체·농업기술기관 등은 저온피해 예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화가 평년보다 한달가량 당겨진 매실은 조생종 나무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이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꽃이 피는 바람에 수정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의 일부 농가는 재해보험에 피해 접수를 한 상태다.
임대영 광양 진상농협 조합장은 “꽃은 3월초에 폈는데 추운 날씨가 이어져 벌이 움직이지를 않아 제대로 수정이 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3월 중순 이후 꽃이 피는 중만생종에까지 피해가 갈까 걱정이다. 기온이 올랐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이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어서다. 조생종은 양이 많지 않아 전체 작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만생종에 저온피해가 발생한다면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매실뿐 아니다. 사과·포도 등 과수 대부분이 평년보다 열흘가량 개화가 빠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저온피해가 품목과 지역에 관계없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피해가 나왔다. 게다가 불과 얼마 전 전례없는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등 극심한 이상기후도 농가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김보현 경북도농업기술원 원예특작팀장은 “최근 비 온 뒤 기온이 다시 내려가는 등 들쭉날쭉한 날씨로 예상보다 과수 개화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며 “지난해를 보면 4월말 5월초까지도 저온피해가 발생했던 만큼 개화기 전후에 영양제를 살포하고 시설 점검을 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산지를 중심으로 농가는 물론 지자체까지 저온피해 예방에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포도농가 조성걸씨(60·경북 상주시 화동면)는 “꽃 필 무렵마다 저온피해가 조금씩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마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어 농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저온피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식 난방기를 비가림 시설 안 곳곳에 설치하고 순환팬을 점검하는 등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주 팔음산포도영농조합법인(회장 조성민)은 건설현장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체연료를 공동 구매하는 데 나섰다. 비가림시설 안에 설치해 기온이 내려가면 순환팬과 함께 사용해 난방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성민 회장은 “순환팬, 스프링클러, 이동식 난방기와 함께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등 농가는 최소 두세 가지 방식을 혼용하며 저온피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농가 우영화씨(70·경북 청송군 주왕산면)도 “과원에 미세살수장치를 설치했지만 지난해엔 서리가 내린 날 마침 작동이 멈춰 피해가 컸다”면서 “올해도 변덕스러운 날씨가 걱정이지만 저온피해 경감제를 미리 준비했고, 미세살수장치도 꼼꼼히 점검했다”고 전했다.
지자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남도농기원은 전남농협본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1226㏊(4억7000만원)에 사용할 수 있는 요소와 붕산 같은 저온피해 경감제와 684㏊(3억650만원)에 살포 가능한 영양제를 공급한 데 이어 14억원 규모의 열풍 방상팬 등 과수 저온피해 예방 설비를 지원한다. 지역 6953농가에게 일주일에 두번 맞춤형 기상정보 서비스도 제공한다.
충남도농기원도 저온피해 예방 장비를 보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 2억4000만원(농가 자부담 30% 포함)에서 올해 3억원으로 증대했다.
경기도는 저온피해 방지시설 설치를 원하거나 생산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수·채소류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농업농촌 진흥기금 100억원을 농가당 2억원 내에 연리 1%의 저리 융자로 지원한다.
기초지자체도 나섰다. 청송군은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저온피해 경감제와 영양제 구입비의 70%를 보조하고, 경남 거창군도 절반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도농기원은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기술 지원단을 꾸려 과수농가에게 시기별 예방법과 사후 대응 기술을 지도한다.
유관 기관은 홍보 리플릿, 문자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장회보 등 다각적인 채널을 활용해 정보를 안내한다.
경북도농기원 관계자는 “저온피해 경감제 살포 시기는 사과의 경우 발아기부터 녹색기까지고, 배는 꽃눈 발아 직후와 전엽기”라면서 “꽃이 피는 시기에 저온이 예보되면 과원 로터리 작업, 풀 깍기, 피복물 제거, 관수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광현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경감제 등을 반드시 3월말까지 뿌리고 저온과 관련한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미세살수장치와 방상팬을 가동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선택이 아닌 필수인 농작물재해보험에도 꼭 가입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상주·청송·영주=유건연 기자, 전국종합 sow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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