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 인터뷰] “충북형 도시농부·못난이 김치 성과…‘1억 농부’ 실현 최선”

황송민 기자 2024. 3. 29.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인터뷰] 창조적 상상력으로 농정 변화
농산물에 역발상 가치 입히고
유휴인력, 농가에 맞춤형 지원
‘의료비 후불제’ 농가에 큰 도움
귀농·귀촌인 정착 뒷받침 강화
올해 ‘AI 과학영농 원년’ 선포도

 

“농업·농촌이 바로 서야만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합니다. 충북이 농업·농촌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활기찬 농촌을 만드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대한민국 농정 혁신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해나가겠습니다.” 25일 충북도청 여는마당에서 ‘농민신문’과 단독 인터뷰에 나선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농정 혁신’을 강조했다.

현재 농촌이 직면한 만성적 일손부족, 생산 위주의 농업정책, 농촌 소멸 위기 같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도전과 혁신’을 통해 농업의 체질과 성격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김 지사의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민선 8기 농업정책에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김 지사로부터 그동안 추진한 충북 농정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을 들어봤다.

- 취임 초부터 ‘창조적 상상력’과 ‘대담한 실행력’을 강조했다. 임기 반환점을 두달여 앞둔 현재 충북 농업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농촌에서 농민이 겪는 모든 어려움이 우리 도의 정책이 된다. 기존 방식을 답습해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농업의 체질과 성격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구상은 ‘창조적 상상력’에서 나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대담한 실행력’이 이를 현실로 만든다.

그 결과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던 인력정책에 ‘충북형 도시농부’란 대안이 나왔다. 범람하는 값싼 중국산 김치의 대항마로 우리농산물로 만든 ‘못난이 김치’가 탄생했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는 신개념 의료복지 제도인 ‘의료비 후불제’가 도움을 준다.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인공지능(AI) 과학영농’에 많은 농민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모두가 기존 관행을 뛰어넘어 충북 농업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정책이다.

- ‘충북형 도시농부’의 성과는.

▶코로나19로 농촌에 최악의 인력난이 덮쳤다. 국가간 사람의 이동이 중단되면서 우리 농촌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얼마나 의존하는지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웃돈을 줘도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없고, 이는 다시 인건비 상승을 부채질하며 농가 부담은 가중됐다.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도입한 정책이 ‘충북형 도시농부’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이 정책은 도시의 유휴인력을 도시농부로 육성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업 현장에 보내는 도농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다. 도시민은 4시간만 근무하는 부담 없는 일거리를 농촌에서 구할 수 있고, 농가는 적기에 인력을 공급받아 농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참가자가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지난해 연인원 6만5000명을 돌파했고 겨울철 농한기에는 제주 감귤 수확작업에도 도시농부가 참여해 호평받았다.

‘충북형 도시농부’는 충북만의 혁신적인 사업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앞으로 농작업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시기별 농작업 실적을 토대로 맞춤형으로 도시농부를 연결할 계획이다.

- ‘못난이 김치’가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못난이 김치’는 순수 우리농산물로 만든 김치다. ‘일손이 모자라서’ ‘경제성이 안 나와서’란 이유로 밭에 방치한 배추와 고추 등 농산물이 적게 잡으면 30%, 많을 땐 60%에 달한다. 배추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것을 수확해 팔아도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농산물을 도시농부나 도시의 자원봉사자를 투입해 수거하고 이를 김치로 만들어 도시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다. 이렇게 우리농산물로 만든 가성비 좋은 김치는 중국산 김치의 대항마가 됐다.

지난해 본격 생산을 시작해 농협유통 식자재 판매장, 전통시장, 공공급식,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고, 미국·호주·일본·베트남 등 8개국에 수출도 했다. 현재까지 333t(12억원)을 판매했고, 올해 목표는 1000t(30억원)이다. 부각·장아찌·다진양념으로 구성한 ‘못난이 고추 삼형제’를 출시했고, 올해는 고구마줄기·들깻잎·시래기·쑥 등을 활용한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충북에서 시작한 새로운 시도 덕분에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니 물가를 잡을 수 있고 농민은 버려질 뻔한 농산물로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며,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그 덕분에 국가브랜드 가공식품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 ‘의료비 후불제’의 운영 방향은.

▶의료비 후불제는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충북도에서 시행한 신개념 의료 복지제도다. 우리 주변에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병을 키워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막고자 우선 치료를 받고 의료비는 후불로 나누어 갚는 방식을 도입했다.

의료 취약계층은 최대 300만원까지 농협에서 의료비를 무이자로 대출받고, 융자금을 36개월간 나눠 갚으면 된다. 시행 전에는 ‘이렇게 하면 돈을 떼일 우려가 크고 퍼주기식 정책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496명의 도민이 혜택을 받았고, 이 가운데 연체자는 단 3명에 그쳐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단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대상 자격과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신용 확인 절차도 개선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231곳으로 두배 이상 증가해 이용 편의를 높였다.

의료비 후불제는 장시간 노동으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는 농촌 어르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농민이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의료비 후불제 지원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 충북 농업·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정책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로 농촌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6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대부분은 농촌지역이다. 문제 해결책은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살고 싶은 농촌, 충분한 소득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한 농촌으로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귀농·귀촌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와 일자리에 파격적인 정책 지원을 했다. 농촌에 방치된 빈집·폐교 등을 활용한 주거·체류 시설을 만들어 주거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 ‘충북형 도시농부’로 단시간 일자리를 제공해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농촌생활을 사전에 경험할 수 있는 ‘충북형 살아보기’와 ‘체류형 창업농 지원센터’ 운영으로 실패 없는 귀농·귀촌을 뒷받침했다.

청년농에게는 ‘유입-정착-성장’ 단계별로 지원한다. 유입단계에서 농업·농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정착단계에서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자금을 3년간 매월 110만원씩 지원한다. 성장단계에서는 정예 농부로 성장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이와 함께 2024년을 ‘AI 과학영농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첨단 미래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5개 분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지역별 특화 스마트팜 조성으로 일손부족 해소, 생산성 향상, 농업소득 증대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1차 농업에 관광·숙박·체험·교육을 융합한 새로운 농업 모델을 제시해 지속가능한 영농 성장기반도 마련한다.

또 관행적 농업 연구는 AI 스마트 농업기술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청년농 해외 벤치마킹 연수 지원, 충북도립대학교 스마트 학과 개설, 농업마이스터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충북의 수출 농산물 브랜드 개발과 전략 품목 육성을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농업의 세계화도 이끌겠다.

AI 과학영농의 성공으로 연소득 1억원 농부 실현, 도시농부 30만명 육성, 시설원예 2000농가 정보통신기술(ICT) 설치, 밭농사 기계화율 78% 추진과 함께 농식품 수출액 8억달러를 달성해 활기 넘치는 충북 농업·농촌을 만들겠다.

- 끝으로 충북 농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억 농부’의 꿈이 실현되는 충북을 만들어 가겠다.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 일손부족, 시장 개방 등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많은 농민이 비관적인 전망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첨단 과학기술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인구·청년일자리·복지·주택 등 많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농정예산도 사상 최대인 5009억원을 편성했다. 부부가 농촌으로 내려와 도의 지원을 받고 도시농부로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며 자신만의 농장을 일궈, 1억 농부로 성장하는 건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이제 충북 농업은 혁명을 위한 과감한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앞으로 ‘충북이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농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그리고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린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