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서 수백만 달러 빠져나가는데 몰랐다?

배준용 기자 2024. 3. 2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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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불법 도박 오타니 파문
2024시즌 MLB 개막전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그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 이후 도박 빚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해명을 했는데도 개운치 않다. 통역사 불법 도박 문제를 놓고 나타난 미 프로야구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얘기다. 미 현지에선 논란이 이어진다. 오타니는 최근 3차례 시범 경기에서 무안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의문 1. 통역사가 어떻게 계좌에 접근했을까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스포츠) 불법 도박으로 빚(450만달러)이 있었고, 오타니가 이를 갚아줬다”고 했다가 이후 “오타니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오타니 측도 “미즈하라가 오타니 계좌에서 몰래 돈을 보냈고(절도) 오타니는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언론들은 미즈하라가 통역 겸 매니저로 오타니 개인 정보 등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수십만 달러나 되는 돈을 몰래 송금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에선 1만달러 이상 거액을 송금할 때 금융기관이나 은행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 인터넷으로 고액을 송금하면 홍채나 지문 등 개인 생체 정보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금주 자필 서명이 들어간 주문서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금 출처와 용도를 입증하는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이런 과정을 다 통과했으리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직접 컴퓨터로 접속해 계좌에서 몇 달에 걸쳐 8~9번 송금했다”면서 “송금 용도를 ‘대출(Loan)’이라고 기재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의문 2. 그 많은 돈이 빠져나가는 걸 몰랐을까

자기 계좌에서 여러 차례 수백만 달러가 빠져나갔는데 이를 나중에 미즈하라가 고백하기 전까지 오타니가 모르고 있었다는 대목도 석연치 않다. 수개월간 자기 계좌를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ESPN은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 등 구단 수뇌부가 20일 ‘(오타니 관련) 곧 안 좋은 뉴스가 나올 거 같다’ ‘오타니가 미즈하라 빚을 갚아주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오타니 측이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의문 3. 오타니 대변인이나 변호사가 알고도 전달 안 했을까

ESPN을 비롯한 미 언론은 이 사태가 외부로 불거지기 전 오타니 측에 여러 번 문의했다.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통역이란 역할을 악용해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ESPN은 오타니 측 대변인이 초반에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했고 오타니가 그 빚을 갚아줬다”면서 “미즈하라와 전화 인터뷰까지 주선해 줬다”고 전했다. 아무리 오타니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다고 해도 이들이 이런 심각한 사안을 놓고 오타니와 한 번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의문 4. 나중에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말을 맞춘 걸까

미 현지에선 오타니가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응하다가, 뒤늦게 법률 검토를 거친 뒤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말을 맞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타니 측이 미즈하라를 해고한 21일 새벽, ESPN은 미즈하라에게 “오타니에게 기자들 질문이나 이번 관련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결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즈하라가 “이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의문 5. 오타니가 이번 일로 처벌받게 되나

미국에서 스포츠 종목에 불법 도박을 했다가 걸리면 1년 선수 자격 정지, 또는 영구 제명까지도 당할 수 있다. 다만 불법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일은 괜찮을까. 미 현지 전문가들은 “도박 빚인 줄 모르고 송금해줬다면 괜찮지만 알고도 송금했다면, 불법 도박을 원조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 용처로 ‘대출’이라고 허위 기재했다는 애초 보도가 사실이라면 허위 신고 혐의로 징역형까지도 받을 수 있다. 미 이민법에 따라 문서 조작, 위증 범죄로 1년 이상 형을 받으면 비자나 영주권 취소 또는 추방도 가능하다. 형사 처벌과 별도로 선수 징계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소관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가정 폭력이나 마약 등 불법 혐의에 대해 엄격하게 징계하는 추세다. 무죄라면 모르겠지만 일부 혐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오타니 역시 일정 기간 출전 정지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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