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병력 부족에...직접 무전기 메고 잡초 깎는 軍 중대장

고유찬 기자 2024. 3. 2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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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강원도 육군 전방 부대 중대장 A(29) 대위는 최근 자신을 ‘통신병’ 또는 ‘운전병’이라고 부른다. 부대에 통신병·운전병이 없어 자신이 무전기를 짊어지고, 직접 차량을 운전하며 작전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대의 정원은 120명이었는데, 최근 100명으로 줄었다. A 대위는 “작년부터 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병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급한 대로 중대장 보좌역인 비전투 요원을 비워둔 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급감으로 전방 부대 중대장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0명 안팎 중대는 군 작전 운용 최소 단위다. 중대장이 그만큼 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대장들은 최근 병사가 해야 할 일도 한다고 했다.

강원도 GOP(일반 전초)에서 근무 중인 중대장 B(29) 대위는 하루에 3~4시간을 서류 작업에 시달린다. 2개월 전 중대 행정병이 대대 행정병 인원 부족으로 차출된 이후 새 행정병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대엔 중대장 운전병도 없어 B 대위가 직접 군용 차량을 몰고 예하 소대를 순시한다. B 대위는 “운전병 없이 홀로 순시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하루에 보통 4시간 정도 잔다”고 했다. 후방 지역 사단 기동대대 중대장인 C(29) 대위는 울타리 정비와 짐 운반은 물론 잡초도 깎는다. C 대위는 “요즘 중대장은 언제나 1인 다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장들은 초급 간부가 충원되지 않아 더 업무가 가중된다고 했다. 경기도 육군 부대 한 중대장은 “전임 소대장이 전역한 이후 7개월 넘게 신임 소대장이 부임하지 않아 옆 소대장이 2개 소대장 임무를 겸하고 있다”며 “소대장 일을 중대장이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병력 자원 감소는 가속되고 있다. 통상적 입대 나이인 20세 남성 인구는 2019년 32만2000명에서 올해 24만5000명으로 5년 새 7만7000명 줄었다. 육군은 병력 부족을 이유로 올해 초 1사단과 9사단, 25사단 등 전방 사단의 신병교육대대도 없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병력이 보충 안 되어 중대 지휘관의 임무가 가중된다는 건 국방부 등 상급 기관의 병력 운영 계획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행정병과를 과감히 축소해 병력을 재배치하고, 지휘관이 작전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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