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 명룡대전...“정권 심판” “거짓정치 심판” 미니 대선 불붙었다
인천 계양을의 ‘명룡대전’은 28일 오전 7시를 기해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계양역에서,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임학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했다. 서울시 왼편에 바로 붙었지만,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며 그동안 정치권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천 계양을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며 4·10 총선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격전지로 부상했다.
◇이재명 “4월 10일은 심판의 날”
이 후보는 ‘계양이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계양역에서 1시간 동안 인사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출근길 열차를 놓칠까봐 플랫폼을 향해 뛰어가기 바빴지만, 더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이 후보에게 셀카 촬영을 요청했다. 그를 향해 “대표님, 힘내세요”를 외친 임환수(48·회사원)씨는 “현 정부를 이번에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윤교(22·대학생)씨는 “(이 후보가) 재판받느라 계양보다도 서초동에 자주 가던데 서초에 출마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했다.
이 후보는 “(계양 주민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것 같다”면서 “개인적인 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가 가진 역사적 의미와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고 했다. 야권 200석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전혀 불가능한 얘기이고,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몸을 낮췄다.
오전 8시 유세차로 이동한 그는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고 국민이 승리하는 날”이라며 “지금 정치가 잘못됐다면, 우리 삶의 환경이 어렵다면 국민들이 바꿔주셔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유세차를 타고 인근 지역을 순회한 뒤 당대표로서 선대위 출정식과 수도권 격전지 유세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이동했다가 오후 5시 반쯤 계양으로 다시 돌아와 유권자들을 만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국 선거에서 크게 이기더라도 본인 선거에서 지면, 각종 사법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여론 조사에서 접전이 계속되면 이 대표가 계양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고 했다.
◇원희룡 “25년의 거짓 정치 끝내자”
원 후보는 “떠드는 선거가 아니라 설득하는 선거를 하겠다”며 “지난 두 달간도 열심히 했지만 남은 13일간의 유세는 한 유권자와 악수를 세 번씩 더 한다는 각오로 뛸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골목도 구석구석 누비기 위해 소형 전동카트를 개조해 유세차와 번갈아 쓰기로 했다. 카트 겉면에는 ‘정직하게 하겠습니다. 계양은 반드시 바뀝니다’와 ‘국토교통부 장관 경험으로! 원희룡은 진짜 합니다’ 문구를 붙였다.
임학역 출근길 유세가 끝나고 계양을의 주요 사거리를 훑은 뒤 오후 1시쯤 계양산전통시장으로 온 그는 “당만 보고 찍으면 정치인은 유권자를 공짜 표로 생각한다. 25년간 여러분을 속인 거짓말 정치, 이제는 끝내자”고 했다. 그의 후원회장을 맡아 유세 내내 동행하는 축구 선수 출신 이천수씨도 “제 고향 계양이 축구로 비유하면 25년간 라이벌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번에야말로 투표로 변화를 줘서 계양 발전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원 후보는 이날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일이니 소음 발생을 자제해달라는 인천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확성기 없이 유세차를 타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후엔 작전서운동 등 민주당 강세 지역의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황예진(38·주부)씨는 “요즘 물가도 너무 오르고,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어서 2번엔 손이 안 간다”고 했다. 그러나 김경도(64·자영업)씨는 “지금껏 민주당만 뽑아줬는데도 동네가 하나도 나아진 게 없으니, 이번엔 인물 보고 찍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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