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콩쿠르 최다 우승은 한국… ‘클래식 본국’ 유럽이 배워야

김성현 기자 2024. 3. 2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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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음악 콩쿠르 연맹 이끄는
‘콩쿠르 유엔 총장’ 카인라드 내한

“한국 음악교육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강력하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어서 클래식 본국인 유럽에서도 배워야 할 정도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 임윤찬이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120여 대회가 속한 ‘콩쿠르의 유엔(UN)’이 국제 음악 콩쿠르 연맹(WFIMC)이다. 2021년부터 이 연맹을 이끌고 있는 피터 폴 카인라드(60) 회장이 28일 방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저 공허한 인사치레나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연맹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8개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자(17%)는 중국·이탈리아·미국(각 9%)를 제치고 최다를 기록했다. 1~3위 입상자를 모두 합쳐도 한국(14%)은 중국(12%)·러시아(8%)·일본(7%)을 앞선다. 카인라드 회장은 “5년 전 이탈리아에서 한국 음악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면서 ‘음악 강국’ 한국의 성공 비결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그는 “음악적 성공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한국에는 존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유럽 음악교육의 전반적 후퇴를 꼽았다. 그는 “과거 클래식 음악 종주국이었던 유럽에서도 오케스트라 폐쇄와 예산 삭감, 방송 축소 편성 등으로 베토벤이나 말러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셋째로 한국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전과 젊은 세대의 부상이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젊은 세대가 신기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즐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율과 연습을 중요시하고 목적의식이 분명한 아시아적 교육 풍토를 들었다. 그는 “사실상 모든 녹음에 접근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는 완벽한 연주에 대한 청중의 기대와 눈높이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완벽한 연주를 위한 피나는 훈련과 연습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인 카인라드 회장은 오스트리아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클랑포룸 빈을 이끌고 있다. 2007년부터는 이탈리아 명문 부조니 콩쿠르의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이 대회는 피아니스트 문지영(2015년)과 박재홍(2021년) 등 한국인 우승자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콩쿠르가 열리는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에서 태어난 그는 “열네 살 때부터 대회 우승자들의 연주를 직접 보면서 자랐다. 평생 이 대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카인라드 회장은 “예전에는 ‘한국인 참가자에게 1위를 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존재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5년 대회 당시 일화도 공개했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전설적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1928~2019)가 ‘문지영에게 1위를 주지 않는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 반전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부조니 대회가 앞장서서 잘못된 편견을 깨뜨려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는 “21세기의 연주자들은 디지털과 라이브를 아우르는 능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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