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호전되는데… 기업 부채는 2780조 역대 최대

한예나 기자 2024. 3.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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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기업빚 124% 역대 최고
44%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아
전기전자·유화·건설 등이 취약
그래픽=양인성

한국 기업들이 진 빚이 지난해 말 기준 278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따지면 124.3%에 달한다. 금액과 경제 규모 대비 비율 모두 사상 최대치다. 게다가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로 조사됐다. 올해 1~2월 기업 파산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고금리에 가계 빚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경기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업 빚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빚을 내서 악화된 경영 상황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빚 증가는 주춤, 기업 빚 증가세는 지속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한국의 민간 신용은 224.9%로 집계됐다. 민간 신용은 가계 빚과 기업 빚을 합친 것이다. 전 분기(225.6%) 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이 100%를 넘는 것은 우리나라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을 다 모아도 가계와 기업이 지고 있는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부문별로 보면, GDP 대비 가계 빚은 지난해 말 기준 100.6%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21년 3분기 105.7%까지 올랐다가 차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식으면서 주택 관련 대출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가계 부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오르고 있어 올해 1분기에도 가계 부채 비율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이 비율이 두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GDP 대비 기업 빚은 지난해 말 기준 124.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19년 3분기에 100.5%를 기록해 100%를 넘어서고 난 뒤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코로나, 금리 상승 등의 여파가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간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10곳 중 4곳

기업이 빚을 내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다. 기업은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하거나 투자 수익을 높이는 등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기업이 빚을 감당할 수 있다면 적절한 부채 활용은 약이 된다.

하지만, 기업이 부채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심지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기업 23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한은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율은 44.4%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 숫자가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취약 기업 비율은 2022년의 37%보다 늘어났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작년 실적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 전기전자, 석유화학, 건설 등에서 늘어났다”면서도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전기전자 업종 등에선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주요 재무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은 기업들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다. 2022년 말과 작년 3분기를 비교했더니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9%에서 2.5%로 떨어졌고, 매출액 증가율은 18.9%에서 -4%로 감소로 전환했다.

한편,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6배로 집계됐다. 2022년 말 기준 5.1배에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올해 중소기업 파산 40% 증가

버티고 버티다 결국 파산하는 기업들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파산은 주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신청하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중소기업이 5곳씩 줄줄이 파산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5건)보다 40.5% 늘어났다.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1657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바 있다. 그런데 이보다 가파르게 파산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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