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데 왜 역풍 안 부나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4. 3.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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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윤 대통령 찍은 중도층과 2030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에 실망해 이탈
與는 정체성·리더십·지지기반 3중 위기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NO,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 돼야
일러스트=이철원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 선거다. 세계관의 충돌로 볼 수 있는 ‘주류 교체 전쟁’의 결정적 전투다. 전쟁과 스포츠처럼 선거도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로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하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레임덕, 나아가서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무서울 정도로 솔직히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순항했다면 보수층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지지하고, 중도층은 한동훈을 보고 지지했을 테지만 지금은 보수층은 한동훈 때문에 지지 못 하겠다, 중도층은 윤석열 때문에 지지 못 하겠다는 상황이다.

그 결과 ‘한강 벨트’는 말할 것도 없고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벨트’마저 맥없이 뚫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중도층 공략에 나설 시간도 모자라는 한동훈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전략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기 생각대로 현실을 바꿀 물리적 힘(독재)이 없다면 현실에 맞춰 자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지배력을 갖는 시대이므로 윤 대통령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총선 시험 문제를 슬쩍 보여준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이 써낸 문제 풀이가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장제원 의원이 말한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오답이다. 강서구민이 제시한 정답은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다. 정답을 알려줬는데도 똑같은 오답을 써낸 성적표가 4월 10일 나올 것이다.

첫째, 전력을 보자.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가 상수였다. 민자당 대 반민자당,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새누리당 대 반새누리당 구도는 보수 우위 시대를 상징했다. 보수 정당은 독자적 집권이 가능했지만 비주류였던 민주당은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가 불가피했다.

이 지형이 2017년 탄핵으로 ‘보수 동맹’이 해체된 이후 근본적으로 변했다. 지금은 민주당 대 반민주당 시대다. 민주당이 상수다. 유권자 지형도 변했다. 맹목적 민주당 지지 30%, 민주당 성향 스윙보터 20%, 보수 성향 스윙보터 30%, 맹목적 국민의힘 지지 20%다. 절대 지지층 규모도 민주당 우세다. 양쪽이 똘똘 뭉치면 50% 대 50% 싸움이다. 2022년 대선 0.73% 차가 그런 선거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는 ‘선거 연합’을 해체하면서 시작됐다.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자른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48.56% 중 ‘마지못해’ 찍은 유권자가 거의 이탈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을 찍은 47.83%의 ‘반윤석열’ 전력을 조국의 등장으로 누수 없이 유지했다. ‘반윤석열’ 동맹은 건재한데 ‘반이재명’ 동맹은 와해됐다.

둘째, 전략은 어떤가. 보수는 박근혜 탄핵에서 심한 내상을 입었다. ‘주류 의식’과 ‘위닝 멘털리티’를 잃었다. 김종인 비대위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내상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대선 승리 이후 원점으로 돌아갔다. 탄핵 이후 ‘심리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체성, 리더십, 지지 기반의 3중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올드 라이트와 뉴 라이트 세계관에 갇혔고, 보수 유튜버의 정신적 지배를 받았다. 그런 생각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주류 의식을 잃고 비주류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윤석열 정권은 지지 기반을 계속 좁힘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

선거 전략은 단순하다. ①우리에 대한 지지 강화 ②우리에 대한 반대 약화 ③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다. 윤 대통령은 ①에 집착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③을 우선하는 우를 범했다. 국민의힘은 ②④③① 순으로 전략 순위를 두는 게 옳았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20% 이상 높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한다. 2022년 7월 이후 계속 그런 상황이다. 윤석열을 찍은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흔쾌히’ 찍은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뒤집기를 바랐다면 ‘마지못해’ 찍은 사람들은 정치적 태도도 다르기를 바랐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 때문에 ‘마지못해’ 찍은 사람들이 이탈한 결과 부정 평가가 20% 이상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권 심판’ 구도가 지배하지 않도록 하려면 ‘윤석열 대 이재명 시즌2′나 ‘윤석열 대 조국 시즌2′가 되지 않도록 (레임덕을 각오하고) 한동훈·오세훈·원희룡·안철수·나경원을 내세워 차기 경쟁을 불붙였어야 한다. 그랬다면 ‘검찰 독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 편입’ 이슈로 오세훈 서울 시장을 적극적으로 불러내고, ‘의대 정원 확대’는 안철수에게 맡겼다면 정권 심판 흐름이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정신력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사적인 복수와 방어를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했는데 조국의 복수든 이재명의 방탄이든 승리에 대한 절박감은 국민의힘과 비교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그동안 ‘웰빙당’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웰빙이 어떻게 복수와 방탄을 이기겠는가. 영남 의원들에게 선거 전략과 선거 상황실을 맡기는 정무 판단력으로 어떻게 이기겠는가.

어느 정권,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 탄핵 국면에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중도 보수가 “왜 부끄러움이 우리 몫이어야 하는가?”를 분노하는 목소리로 물었듯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은 중도층과 2030세대도 똑같이 묻고 있다. 이들의 이탈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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