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해외 인재를 한국이 흡수하려면
중국인 주민이 많아 ‘리틀 차이나’라고도 불리는 서울 대림동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특별한 국제학교가 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 입학하기 전 5개월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다+온센터)’다. 캐나다, 태국, 파키스탄, 일본… 한국에 첫발을 디딘 세계 청소년들은 이곳을 거쳐 서울 학생이 된다.
이전엔 한국에 일하러 온 부모를 따라 입국한 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엔 한국 ‘유학’을 목적으로 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번 달엔 한국 유소년 축구팀으로 스포츠 유학을 온 태국 학생이 센터에 들어왔다. 비서만 6명 딸린 중국 ‘사장님’ 자녀도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에서 배우고 한국에 살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은 2019년 1만7929명에서 작년 2만388명으로 4년 만에 약 14%가 늘었다.
그런데 한국어 교육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진다. 개설된 한국어 수업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어 교육이 더 필요한 학생들을 일찍 한국 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 5개월 과정을 다 듣지 못하고 학교로 가야 했던 학생이 작년에만 수십 명이다. 오후에 여는 방과후 교실은 학생이 너무 많아서 ‘주 4일’ 수업을 ‘주 2일’로 줄였다. 한국어 실력은 천차만별인데 수준별 수업은 언감생심이다. 입국 초기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학교를 겉도는 다문화 학생들도 이미 많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달부터 학교 적응을 어려워하는 다문화 학생을 위해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상담을 시작했다. 개학 한 달도 안돼 30명 넘는 학생이 신청했다.
일찍이 미국으로 이주한 지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타지 생활은 어렵고 서글프지만 영어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각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 촘촘히 깔려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인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연령별∙수준별로 수십 개 프로그램이 있고 외국 학생이 단 한 명만 있더라도 언어보조강사를 붙여주는 학교도 많다. 미국이 세계의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외국 인력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2027년까진 대학 유학생을 30만명까지 늘려 받고, 국내 취업과 정주까지 연계한다. 인구 절벽이 가팔라지며 이미 고등학교 유학생을 받는 지자체도 있다. 그런데 당장 한국에 온 학생들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데, 매년 수만명씩 들어올 이들은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이민을 통한 저출생 극복은 인구를 늘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정책의 수혜자가 한국인만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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