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vs 중거리 선수···5인의 전문가가 본 윤이나와 방신실

김세영 기자 2024. 3.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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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임팩트 직후 왼발이 들리면서 회전
방신실, 제자리서 지면 누르면서 빠른 회전
둘 다 지면반력 최대한 활용하는 건 공통점
“윤이나는 장타전문선수···출력높은 자동차”
“방신실은 상대적으로 유연성까지 겸비해”
윤이나의 연속 스윙. 사진 제공=조원범 골프전문 사진기자
[서울경제]

“윤이나가 근육질의 스프린터라면 방신실은 파워와 유연성을 반반씩 겸비한 중거리 선수다.”

“윤이나는 출력 높은 자동차 같고 방신실은 상대적으로 리듬이 뛰어나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치열한 장타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윤이나와 방신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윙 동작이 비슷하면서도 미교하게 다르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셀까. 사실 윤이나와 방신실의 장타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윤이나가 KLPGA 투어 루키 시즌이던 2022년 7월까지 뛰면서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63.45야드, 지난해 방신실이 기록한 티샷 평균 비거리는 262.47야드다. 윤이나가 기록상 약 1야드 앞섰지만 서로 다른 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누가 더 뛰어나다고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둘 다 각각의 데뷔 시즌에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장타 열풍’을 주도했다. 티샷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페어웨이 안착률은 윤이나가 65.23%(93위), 방신실이 61.34%(112위)였다. 모두 전형적으로 일단 멀리 때린 뒤 짧은 클럽으로 버디 기회를 노리는 스타일이다.

샷 데이터에서도 둘은 판박이다. 윤이나와 방신실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05마일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여자 선수들의 평균은 시속 94마일, 남자는 시속 113마일 정도다. 윤이나와 방신실 모두 국내 평균 여자 선수들보다 시속 10마일 이상 빠른 것이다.

윤이나와 방신실 스윙의 특징은 뭘까. 교습가로 활동 중인 김기환, 김형민, 이시우, 최현, 그리고 장타 전문 선수인 홍현준 등 5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출신의 김기환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정은6 등을 지도하고 있다. 역시 KPGA 투어 출신인 김형민은 국내 남자 중 대표적인 장타자인 김봉섭 등의 코치로 일하는 중이다. 이시우는 LPGA 투어에서 뛰는 고진영과 리디아 고, KLPGA 투어의 박현경 등을 지도하고 있으며, 최현은 PGA 투어 임성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코치다. 홍현준은 아시아 최장타 기록(471야드) 보유자다.

방신실의 연속 스윙. 사진 제공=박준석 골프전문 사진기자
지렛대 효과···지면반력으로 파워 업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윤이나와 방신실이 지면반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팩트 과정에서 발로 지면을 강하게 밟으면서 지렛대 효과로 최대의 파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동작에서는 약간의 차이도 보인다. 윤이나는 임팩트 직후 왼발이 살짝 들린 후 타깃 방향으로 살짝 회전하면서 뒤로 빠지는 데 비해 방신실의 발 위치 변화는 없었다. 대신 방신실은 다운스윙 시작 때 머리가 살짝 내려앉았다가 올라오면서 임팩트를 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한 해석에서는 전문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시우는 “윤이나는 점프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방신실은 그냥 제자리에서 지면을 누른 뒤 빠르게 회전을 하다 보니 튕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면반력을 이용하는 원리는 같다”며 “어떤 스윙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성향의 차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김기환은 윤이나는 회전, 방신실은 상하 움직임에 의한 지면반력을 잘 활용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했다. 그는 “윤이나는 임팩트 직후 체중을 왼쪽 뒤꿈치로 이동시킨다. 중심이 왼발 뒤꿈치에 있는 만큼 폴로스루에서 클럽을 멀리 던져 원심력을 극대화시킨다. 반면 방신실은 백스윙 톱이 완성되기 전에 골반을 타깃 쪽으로 돌리는데, 왼쪽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임팩트 순간 편다. 강하게 점프하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는 윤이나가 좀 더 낮고 스탠스가 넓다(김형민, 이시우)는 의견이 있었다. 큰 키를 가진 윤이나와 방신실은 기본적으로 아크도 큰데, 최현은 “그럴 경우 제어에 간혹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두 선수 모두 빠른 스윙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홍현준도 “두 선수는 테어크어웨이 때 몸이 아니라 드라이버 헤드부터 움직인다. 이를 통해 아크를 크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시우는 지면반력 외에 두 선수의 추가적인 파워 동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윤이나는 백스윙 톱이 완성되기 전에 하체가 먼저 회전하면서 X-팩터(위에서 봤을 때 상하체가 분리돼 이루는 각도)를 최대로 키우는 동작도 뛰어나다. 방신실은 손목의 꺾임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치는 힌지 동작이 돋보인다”고 했다.

윤이나는 스피드, 방신실은 리듬 돋보여

둘의 신체조건을 보면 방신실(173cm)이 윤이나(170cm)보다 조금 크다. 대체적으로 윤이나가 상대적으로 좀 더 단단해 보이고 스윙도 파워풀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이나와 몇 차례 라운드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김형민은 “윤이나는 앞만 보고 달리는 야생마 같다. 에너지가 엄청 강하다. 웬만한 여자 선수에게서 느낄 수 없는 파워와 스피드가 있다”며 “윤이나가 힘으로 치는 스타일이라면 방신실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리듬과 템포로 좀 더 가볍게 치는 편”이라고 했다.

최현도 “윤이나가 강하게 치는 느낌이 강한 데 비해 방신실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정확하게 친다. 안정감은 방신실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홍현준 역시 “윤이나에게는 장타 전문 선수의 모습이 있다. 자동차로 치면 매우 출력이 높다”고 말했다. 김기환은 “윤이나가 당당한 근육질의 스프린터라면 방신실은 파워와 유연성을 반반씩 겸비한 중거리 선수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이와 달리 이시우는 “실제 스윙을 보면 방신실이 좀 더 와일드해 보인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양준호 기자 undef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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