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어도 마음 아프다”…극적 역전 끝에 경영권 품에 안은 한미그룹 형제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4. 3.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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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주총결과
16% 소액주주 지지 힘입어
2%P 지분차이 뒤엎고 역전
창업주 장·차남측 이사회 과반
임종윤, 사이언스 대표 유력
OCI “통합 절차 중단” 발표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분쟁에서 승리한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왼쪽 둘째부터)이 28일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여동생과 화합을 시도하겠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은 28일 주주총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영권을 두고 표대결을 벌인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여동성인 임주현 부회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임종윤 사장은 “저희 어머니와 동생은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갔으면 한다”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저희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책임감 있게 숙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임종윤·종훈 전 사장측이 승리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이 추진해온 OCI와의 통합은 중단됐다. 주총 직후 OCI측도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승복했다.

이날 가족간 표대결의 승패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갈랐다. 주총 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까지 더해 42.66%였다.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40.57%로, 주총 이전까지 양측의 확보한 우호지분차는 2.09%p에 그쳤다.

이날 주총에는 2160명의 주주가 참여했고 이들의 소유 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6776만3663주)의 88%를 차지했다. 양측이 확보한 주요 주주를 제외하면 의결권 행사에 참여한 소액주주의 지분율 합계는 4.5% 정도였다. 이들의 의결권 행사로 2.09%p의 우호지분 차이를 뒤집었으니 소액주주 대부분이 임종윤·종훈 전 사장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임종윤 전 사장도 “오늘 일은 모든 주주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주주들이 처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어머니와 동생은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갔으면 한다”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저희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해 하고 책임감 있게 숙제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 결과 임종윤·종훈 전 사장 측은 한미그룹 지주사 이사회에 자신이 추천한 인사 5인을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교수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진입한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 측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임종윤·종훈 전 사장이 한미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기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선임이 유력하다. 임종윤·종훈 전 사장의 보직 복귀도 전망된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지난 25일 한미그룹에서 보직 해임됐다.

최근 한미그룹을 떠난 주요 임원들이 복귀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회사를 떠난 임원들을 다시 불러모으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향후 사업 방향은 임종윤 전 사장이 밝혔던 대로 바이오의약품 CDO·CRO 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임종윤 전 사장은 “의료계에서 필요로 하는 바이오의약품이 100개 내외로 파악된다”며 “한미약품의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100개 이상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주주총회에 불참했고 임주현 부회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열리는 OCI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된 임주현 사장과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는 자진 사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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