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재국의 우당탕탕]〈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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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오전에 운동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점프했다가 떨어지면서 왼쪽 발 뒤꿈치를 디뎠는데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는 생각을 못 했고 인대가 늘어났거나 발목을 삐었는 줄 알았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적응해 가고 있었는데 1주일 후, 집에서 한쪽 목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왼발을 디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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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허벅지 인대까지 동원해서 재수술을 했고 병실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데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는 순간 자꾸만 ‘마지막 잎새’가 떠올랐다. 회사 그만두고 일주일 만에 부상 당해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 중이라니.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면 여행 온 사람만 보이고, 시장에 가면 장 보러 온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병원에 있으면 아픈 사람들만 보인다. 이런 게 쉰 앓이라는 건가? 오십이 된 내 인생, 좀 쉬면서 정기 점검 받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됐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아픈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프니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프니까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병실에 있다 보니 혼자 있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 찾아오면 엄청 고마웠다. 예전에는 젊다는 생각에 겁이 없었는데, 나이 들어서 겁이 없으면 나만 다친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 한 시간, 1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 그 귀한 시간을 남이 아닌 나에게 쓸 수 있을 때 내 인생은 더 값진 인생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 난 상처는 더 이상 아픔이 아니었다. 내가 겪어낸 시간이고, 내가 이겨낸 풍경이었다.
‘이재국의 우당탕탕’이라는 이름으로 6년의 시간을 함께했다. 그동안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니 “시간은 금이요, 시간이 약이며, 시간이 답이다” 이 세 문장으로 정리가 됐다. 남은 인생, 모두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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