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 뽀얀 연기 피어오르면 ‘歸’곡성은 ‘喜’곡성 된다~[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4. 3. 2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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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 중헌디~”

영화 ‘곡성’(哭聲)이 울린 한마디는 곡성(谷城)을 전국구로 끌어 올렸다. 주술과 유령을 다룬 오컬트 영화는 개봉후 3000일을 곰삭아, 삼천리강산에 전남 ‘곡성’에 열광하는 컬트적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기차가 어둠을 뚫고서 은하수를 건너면” 서광이 펼쳐진다. 100만 관광객을 목표로 할 자신감은 뜬금포가 아니다.

구 곡성역을 배경으로 한 기차마을과 세계장미축제를 메인 키워드는 여행객의 관심에 기름을 부었다.



철이와 메텔은 은하수를 건널 때, ‘은하철도999’를 탄다. 우리는 시간을 건널 때, 곡성 증기기관차를 탄다. 두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향한 곳은 결국 꿈이다. 그 기적이 머문 곳, 곡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몹시 중헌’ 여행 포인트.

기차도 기차고 마을도 기차고…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이 꾸며진 곳은 구 곡성역이다. 정규 기차는 끊겼지만 발길은 끊임없다. 꼭 25년 전인 1999년 4월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 행사가 생기면서 이름도 야속한(?) 고달면 가정리가 관광명소로 부활했다.



구 곡성역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등장한 1930년대 표준형 역사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사 옆에는 1960~1970년대 거리를 재현한 공간과 벽화골목이 있어 섬진강기차마을 관람에 앞서 에피타이저로 여행의 기대를 살리기에 더없이 좋다.



복원된 증기기관차는 구 곡성역과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오가며 웃음꽃을 실어 나른다. 기차 안에서는 이벤트도 곧잘 열린다. 이 길은 자동찻길(국도 17호)과 기찻길(전라선), 강(섬진강)이 3선을 이룬 진풍경으로 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여기에 강을 따라 조성된 길은 강 쪽으로 자전거길도 있다.



섬진강에 봄이 오면 곡성 섬진강 변을 따라 17번 국도 5길이의 붉은 철쭉 길이 생긴다. 봄철 2주가량 즐길 수 있는 희귀템이기도 하다.

주변에 섬진강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철쭉꽃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섬진강 변 철쭉 길과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도보는 편도 약 1시간 소요된다.

섬진강 철쭉 길에서 곡성역 방면으로 뚝방마켓과 기차마을,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이 차량 이동 10분, 약 3.2 거리에 있다. 반대 방향으로는 침곡역과 가정역까지 연결되어 섬진강 변 유원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철쭉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침실습지도 있다.

발길 의지한 레일바이크, 낮은 곳 임한 섬진강 천문대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가정역에서 출발해 봉조반환점 순환하는 약 3.6 코스로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좌측으로는 섬진강이 친구처럼 동반한다. 반환점을 돌아 오르막 구간을 만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견인 장치가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다 보면 강 건너 곡성섬진강천문대를 만날 수 있다. 고산준봉에 있는 천문대는 봤어도 강가에 뿌리내린 천문대는 처음이다. 천문대는 분명 맞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작한 600 천체망원경과 다양한 망원경들이 설치되어 있다.



주 관측실, 보조 관측실, 천체투영실 4D&VR 융합상영관, 어린이체험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별을 관찰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꿈과 미래를 찾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옆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천문대는 천문 관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접근성이 좋다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이 위로 향하지 않도록 했고 천문 관측 시간대에는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자발적으로 헤드라이트를 끄고 지나가기도 한다.

‘눈호강’ 장미공원, ‘몸호강’ 치유의 숲…‘곡성’에 K-컬처까지


올해 제14회 곡성세계장미축제는 5월17~26일 열린다. 메인 무대인 장미공원은 섬진강 기차마을 단지 내에 있다. 1004개 품종의 장미 를 심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 장미 품었다. 장미로 이뤄진 미로공원, 장미 터널이 눈길을 끈다. 곡성 버스터미널에서 2.1㎞ 떨어져 있어 도보로 20여 분이면 닿는다.



국립곡성치유의 숲은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과 청계동 계곡의 풍경이 일품인 동악산이 있다. 이곳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산림치유 활동을 할 수 있는 숲속 공간으로, 무장애트레킹은 물론 족욕과 아로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곡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영화 ‘곡성’ 촬영장이다.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로 마술, 악령, 영혼, 사후 세계를 다뤘다. 이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외가가 곡성이라, 이곳에서 경험한 장례식 등 풍습이 영화에 영감을 줬다.

석곡면 여운마을에는 영화 ‘곡성’에 등장했던 ‘외지인의 집’이 있다. 주인공 종구가 집을 부수며 이 마을을 떠나라고 외치던 외지인의 집은 마을 끝쪽 마지막 집이다. 석곡초등학교 앞에는 종구가 딸 효진에게 머리핀을 사줬던 청림문구사가 있다.

역사 방증 ‘심청’…“너 진정, 청이더냐?”




곡성에 효녀 심청이 있다?

관음사 창건 설화에는 고대소설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효녀 원홍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는 백제 분서왕 3년, 장님 아버지 원량을 둔 원홍장이 진나라의 황후가 됐다. 홍장이 보낸 금동관음보살상을 성덕보살이 낙안포에서 모셔다가 절을 짓고, 관음사라 불렀다. 이 사적기는 1729년 관음사에서 간행한 목판본으로 현재 순천 송광사에 보관 중이다. 원량은 딸과 이별할 때 많은 눈물을 흘려 눈을 떴다. 심청이 왕후가 되고 앞 못 보는 아버지가 눈을 뜨는 드라마틱한 내용이 ‘원홍장 이야기’와 닮았다.

곡성읍 서쪽 오산면 선세리에 심청 설화의 원류인 관음사가 있다면, 오곡면 송정리 옛 송정마을 터에는 심청전을 토대로 한 심청한옥마을이 있다. 오산면 사거리 심청체육공원에서 관음사까지 이어지는 심청효행길(13.5)을 걸어도 좋다.

관광 콘텐츠된 설화, 청정환경 기적이룬 고사




곡성에는 설화가 차고 넘친다.

어린 마천목은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섬진강에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도깨비를 만났다. 마천목은 도깨비들에게 어살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마침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마천목은 조선 태조 때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장군이다.



이 이야기를 빗대 강 건너편에 도깨비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 도깨비를 문화, 예술, 관광 등으로 콘텐츠화했다.

요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역인 강감찬 장군에 대한 고사도 전해진다.



압록유원지에는 모기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강감찬 장군이 한마디 하자 모기떼가 줄행랑을 쳤고, 동행중이던 어머니가 편히 쉴 수 있었다. 그 이후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 모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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