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지치지도 않네"... 챔프 1차전 '이긴 양효진', '진 김연경'에 진심 찬사[기자회견]

김성수 기자 2024. 3. 2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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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현대건설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를 이끈 양효진이 패배에도 빛난 '절친' 김연경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승리에도 들뜨지 않는 모습으로 다음 경기를 바라봤다.

현대건설은 28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 흥국생명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8-25, 14-25, 25-20, 25-20, 16-14) 승리를 따냈다.

현대건설 양효진.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정규리그 홈 흥국생명전에서 3전 전패를 당했던 현대건설은 이날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홈경기 승리로 불운도 끊어냈다.

흥국생명이 1세트에서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16-13으로 앞서던 흥국생명은 '외국인 듀오' 윌로우-레이나의 퀵오픈에 이어 이주아의 오픈 득점까지 터지며 19-13, 6점차로 달아났다. 현대건설이 순식간에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힐 엄두를 못낸 사이, 흥국생명이 25-18로 1세트를 가져갔다.

흥국생명은 2세트에도 기세를 이어가며 경기를 지배했다. 흥국생명은 5-5 동점에서 6연속 득점을 퍼부으며 11-5로 도망갔다. 공격력이 제대로 터진 흥국생명은 그대로 25-14까지 질주해 2세트도 점령했다.

벼랑끝 3세트에 접어든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의 추격을 따돌리며 25-20으로 이날 처음으로 세트를 따냈다. 이어 19-19까지 치열했던 4세트에서 먼저 앞서 나간 뒤 모마의 블로킹 득점으로 25-20 승리를 거뒀다. 세트 스코어 2-2 동률. 모마는 4세트에만 12득점을 폭발하며 팀을 5세트로 끌고 갔다.

흥국생명이 15점으로 끝나는 운명의 5세트에서 김연경과 윌로우의 연속 득점과 김수지의 블로킹에 힘입어 5-2로 앞섰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13-13 동점까지 만들었다. 결국 현대건설의 듀스 끝 15-14 매치 포인트에서 흥국생명 윌로우의 공격이 아웃되며 현대건설이 극적인 세트 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16득점으로 팀 내 득점 2위, 팀 내 최고 4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현대건설 승리를 이끈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수훈 선수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흥국생명 김연경과 현대건설 양효진은 선후배 그 이상의 '절친'이다. 두 선수는 약 10년 동안 대표팀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고, 그 이상의 세월을 함께 보내며 2012 런던 올림픽 4위, 2020 도쿄 올림픽 4위 등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룩했다. 김연경이 방송에 출연할 때 양효진도 자주 모습을 비추며 오랜 '절친'임을 제대로 인증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언니, 동생이라고 해도 V-리그 챔피언 자리를 양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선수 모두 이 자리까지 걸어온 여정을 생각하면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흥국생명에게는 5년, 해외에서 오래 뛴 김연경에게는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의 V-리그 우승 도전이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음에도 도로공사에게 덜미를 잡히며 우승을 내줬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 여자부 통틀어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 스윕(2승 뒤 3연패)을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현대건설에서만 17시즌을 뛰고 있는 양효진의 사정도 이에 못지않다. 양효진과 현대건설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에도 두 번이나 정규리그 1위(2019~2020, 2021~2022)를 달성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 및 플레이오프 미개최로 5라운드 순위 기준 1위를 확정했음에도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직전 2022~2023시즌에는 초반 15연승으로 1위를 독주하다 뒷심 부족 탓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 3위 도로공사에게 밀려 챔피언결정전 구경도 못했다. 양효진과 현대건설의 정상 도전도 마지막 우승 이후 올해로 8년째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서 정관장을 제친 후 "이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양효진에게 전화가 왔다. '이기고 수원에서 보자'고 얘기한 후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이뤄져 기쁘다. 빅매치가 성사됐다.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시작부터 잘했기에, 흥국생명도 챔프전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임한 양효진은 "나와 연경 언니의 맞대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현대건설의 모든 선수들이 노력해 이룬 결과"라고 입을 열었다.

ⓒKOVO

그는 "연경 언니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 흥국생명은 강한 상대다. 그래도 언니가 플레이오프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응원하게 되더라"며 "이날은 체력적으로 지쳐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이날 37득점을 기록한 현대건설 모마 다음으로 많은 23득점을 올렸다.

양효진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2015~2016시즌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것에 대해 "정규리그 우승도, 챔피언결정전 우승 가능성이 있는 현 상황도 그저 좋다. 내 역할에 집중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오는 30일 오후 1시50분 같은 장소에서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가진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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