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만 상품권보다 현금이야”…백화점 다니는 딸은 땅을 치겠네

불경기에 상품권 인기 떨어져
매출로 잡히는 상품권 잔액 줄어
백화점·마트 실적에 영향 불가피

모델들이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신세계상품권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매경DB]

불경기에 상품권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롯데·신세계·이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 상품권 잔액 증가율이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품권 잔액 증가율이 떨어졌다는 건 기존 상품권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신규 상품권이 판매되는 속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지면서 감사 표현 용도의 상품권 구입도 따라 준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7061억원의 상품권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도 말 6991억원에서 1% 늘어난 수준이다. 앞서 2020~2022년도에는 13~18% 수준의 연간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세계 연도별 상품권 잔액 신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진 건 2011년 대형마트 사업인 이마트를 분할한 이후 처음이다.

상품권 잔액 상승률이 둔화한 건 신세계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1조601억원의 상품권 잔액을 기록하며 전년에 비해 0.56%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8년 이후 연간 잔액 신장률이 4.8~21.3%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대형마트 대표 주자 이마트 또한 지난해 말 상품권 잔액 신장률은 6.4%로, 2011년 신세계에서 분할된 뒤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유통업체는 상품권 잔액을 ‘계약부채’ 계정으로 관리한다. 상품권 판매 당시에는 부채로 잡고, 고객이 사용했을 때 비로소 매출로 인식한다. 상품권 잔액이 증가하는 건 상품권 신규 판매가 기존 상품권 사용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유통업체는 일반적으로 연간 상품권 잔액 증가율을 10% 안팎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 상품권 사용자가 신규 상품권 판매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롯데쇼핑이 지난해 회수한 상품권은 5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많았다. 지난해 이마트 상품권 회수 또한 1조4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품권 판매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건 불경기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가가 높아지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타인에게 선물로 주는 상품권 구입에도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품권은 취향을 타지 않는 선물이라 선호받아왔다”며 “최근엔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5만원권 상품권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가운데, 금액을 드러내며 선물해야 하는 상품권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품권 판매가 둔화한다는 건 올해에도 유통업체 매출 신장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상품권 잔액은 향후 2~3년 사이 매출로 잡힐 것이 유력시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해당 잔액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 매출 상승률도 비례해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