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 위해 책 읽은 지식인[책과 삶]
스탈린의 서재
제프리 로버츠 지음 | 김남섭 옮김
너머북스 | 554쪽 | 3만1000원
스탈린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무엇일까. ‘개인 숭배’를 강조하고 ‘피의 숙청’을 단행하며 인민 수십만명을 죽음에 빠트린 무자비한 독재자 아닐까. 이 모든 행동에서 지적인 ‘독서’나 ‘책’을 연상하긴 어렵다.
소련 외교와 군사정책, 스탈린 체제 전문가인 제프리 로버츠 코크대 역사학 명예교수는 “독서에 몰두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었던 스탈린은 평생 책을 열광적으로 모았다”고 전한다. 스탈린 사망 당시 그의 장서는 2만5000권의 책과 정기간행물, 팸플릿 등으로 구성됐다. 책을 그저 모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탈린은 이 책들을 열정적으로 읽고 주석을 달고 분류했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글들을 가장 열심히 읽었지만, 카우츠키, 트로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등 스탈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주의 사상가들의 글도 읽었다. 심지어 독일의 비스마르크나 영국의 처칠 같은 부르주아 정치가들도 연구했다.
스탈린은 픽션도 사랑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거리가 먼 작가들의 탁월함도 인정했다.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는 변증가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스탈린이 작가들에게 직접 건넨 말이다.
<스탈린의 서재>는 스탈린이 읽은 책들이 그의 독재와 얼마나 무관했는지 흥미롭게 폭로하는 저서가 아니다. 스탈린의 독서 기록을 통해 본 전기에 가깝다. 또 “스탈린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을 신중하게 논증한다. 로버츠의 결론은 스탈린이 러시아혁명을 수호하고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 이상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신념에 대한 확신이 수십년간의 야만적 통치까지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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