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흑인 분리’ 중인 미 주택시장[책과 삶]
이윤을 향한 질주
키앙가야마타 테일러 지음 |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 584쪽 | 3만7000원
2019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일간지 ‘뉴스데이’는 충격적인 보도를 내놨다. 실험 참여자 25명을 주택 구매 희망자로 위장시켜 3년간 이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 93명을 만나게 했더니, 실험자의 인종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백인 주민이 대부분인 동네의 집을 사려는 흑인 실험자에게 “당신의 예산에 비해 이 집은 너무 비싸다”며 흑인 밀집 지역으로 유도했다. 그러나 같은 예산을 가진 백인 실험자에게는 그 지역의 집을 여러 채 보여줬다. 또 다른 중개인은 유색인종 밀집 지역의 집을 보려는 백인 실험자에게는 해당 지역의 폭력 범죄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동일한 예산의 흑인 실험자에게는 그 지역으로의 이사를 권했다.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은 21세기에도 주택 시장의 ‘인종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주 지역의 분리 외에 주택 소유에 따른 자산 격차도 여전하다. 흑인 인구의 주택 소유 비율은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윤을 향한 질주>는 미국 주택 시장과 정부 정책에서 흑인이 어떤 차별에 놓여 있는지 조명한 책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아프리카계미국인연구학과 키앙가야마타 테일러 교수가 썼다.
저자는 흑인이 받는 차별을 ‘약탈적 포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약탈적 포옹이란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택 매수자가 기존의 부동산 관행과 모기지 금융에 대한 접근 기회를 불평등한 조건으로 받아왔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 미국 주택 시장 전개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 시기 레드라이닝(은행이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 대출을 해주지 않는 관행)이 법적으로 근절된 이후에도 인종차별이 한층 더 은밀하게 행해졌음을 꼼꼼하게 증명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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