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금요일의 문장]
박송이 기자 2024. 3. 28. 21:27
“한 학년이 끝나는 날에 담임 선생님은 내게 윤동주상을 줬다. 어째서 윤동주였는지 알 수 없다. 어째서 동물사랑상이 아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긴 노력은 사라졌고 원한 적 없던 선물이 생겼다.” <이듬해 봄-신이인의 3월>(난다) 중에서
어린 시절, 시인은 친구와 학교 앞 리어카에서 햄스터를 한 마리씩 사서 길렀다. 정성껏 키웠지만, 햄스터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슬픔과 책임감이 뒤엉켜 괴로웠다. 이후 그는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다. “말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기장을 펼쳐 내가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썼다.” 과일을 넣은 플라스틱통을 들고 들쥐를 찾으려 개천 근처를 돌아다닌 일, 뒷동네에 사는 개 다이아가 집까지 따라왔을 때 고구마를 준 일에 대해서도 썼다.
학년이 끝날 무렵 담임 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상을 주었다. 그는 ‘동물사랑상’을 받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그에게 ‘윤동주상’을 주었다. 어른이 되어 시인이 된 그는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고 말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를 시인이 되게 한 걸까. 아니면 시인의 마음이 있었기에 동물을 좋아했던 걸까.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무작정 따라가보는 것. 그 길 끝에서 “원한 적 없는 선물”을 받는 일은 계산 복잡한 어른들은 누릴 수 없는 어린이들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향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4만명 몰린 대학축제서 술 먹고 춤춘 전북경찰청장 ‘구설’
-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9·19 효력 정지, 윤 대통령 집권 중 가장 잘못한 정책”
- “남편 관리 잘해” 황재균 벤치클리어링, 티아라 지연에 불똥
- 1630마리 중 990마리 돌아오지 않았다...30대 직장인이 밝힌 진실
- 유명 가수 집 직접 찾아간 경찰관…알고 보니 개인정보 무단 조회
- 개혁신당이 ‘김정숙 특검법’ 내는 국힘에 “쌩쑈”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 장경태 “이원석,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마지막 검찰총장 될 수도”
- 성일종 “윤 대통령 지지율? 인기 없는 엄격한 아버지 모습이라 그래”
- [단독] 세계유산 병산서원 인근서 버젓이 자라는 대마…‘최대 산지’ 안동서 무슨 일이
- 아이돌 출연 대학 축제, 암표 넘어 ‘입장도움비’ 웃돈까지…“재학생 존 양도” 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