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통위원, 예금과 주식으로 1년새 10억 불린 비결

이경은 기자 2024. 3. 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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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공개 통해 본 경제부처 공직자 재테크
[왕개미연구소]

빅테크 장투해서 대박내고 특판예금 가입해서 이자 챙기고 표면금리 낮은 국채로 절세하고...

금융시장 상황에 밝은 경제부처 및 중앙은행 고위직도 고금리 환경에서는 재테크 성적표 희비가 엇갈렸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고위 관료들은 고금리 충격에 재산 감소의 아픔을 겪어야 했지만,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공직자들은 고금리 예금과 해외 주식으로 재산을 차곡차곡 불렸다.

본지 경제부가 지난 28일 대한민국 관보에 공개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대통령·국회의원 등 정무직과 1급(또는 가등급) 이상 고위 공무원, 고위 법관·검사 등은 재산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예금·주식으로 10억 불린 금통위 증식王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우리나라 통화 정책과 관련된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총재·부총재 및 금통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답게 금통위원들은 상당수가 40억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금통위원 중 1년 동안 재산을 가장 많이 불린 증식왕(王)은 장용성 위원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지난해 4월 금통위원 임기를 시작한 장 위원은 부부 명의로 약 79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장 위원의 재산 신고액 중 부동산은 약 20억원(분당 수내동 파크타운+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이고, 나머지는 전부 금융자산이었다. 금융자산은 예금이 약 34억원이고 주식이 약 27억원이었다. 자산별 비중을 따지면 금융자산이 전체 자산의 70%가 넘어 그야말로 선진국형 자산 구조였다. 미국은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금융자산인 반면, 한국은 30% 수준이다.

장 위원은 이전 신고 대비 재산이 10억원 가량 불어났는데, 예금에서 약 3억4000만원, 주식에서 약 6억5000만원이 증가했다. 미국 생활이 길었던 장 위원은 뱅크오브어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은행 등 미국 은행들과도 예금 거래가 많았다. 달러로 예치되어 있어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상당한 환차익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주식 계좌는 잔고가 1년 만에 6억원 이상 불어났는데, 장 위원이 오래 보유해 왔던 미국 빅테크 주식이 효자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2007~2018년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했는데, 당시 아마존 3700주, 알파벳(구글 모회사) A 5260주, C 5180주, 테슬라 114주를 매입해 지금까지 장기 보유 중이다.

현행 규정상 금통위원도 해외 주식 보유는 가능하다. 장 위원은 빅테크 주식을 사고 팔아서 수익을 올린 건 아니었고, 장기 보유 중에 이들 종목 주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자산 가치가 늘었다. 또 장 위원의 금융자산 보유 내역 중에 뱅가드(Vanguard), 피델리티(Fidelity) 등의 운용사 이름이 나오는 걸로 봐서 미국에서 교수로 일했을 당시 가입했던 연금을 아직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연금 투자시 S&P500이나 나스닥지수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최근 강세장에서 장 위원의 연금 계좌 수익도 크게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은행 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총 44억765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1년 전보다 2억7000만원 가량 줄었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배우자 명의로 강남구 역삼동 역삼래미안 아파트(59.53㎡)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액이 15억7300만원에서 12억9700만원으로 2억7600만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 8억5000만원 정도였던 부부 예금액은 9억원으로 늘어났다. 예금 이자, 급여 불입 등이 이유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다음 달 퇴임을 앞둔 서영경 위원과 조윤제 위원도 재산 내역을 보면 예금 사랑이 뚜렷했다. 약 70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서영경 위원의 예금액은 부부 합산으로 약 37억원이었다. 주미 대사 출신인 조윤제 위원은 재산 신고액이 64억원 가량이었는데, 역시 예금액이 28억원에 육박했다.

예금은 작년만 해도 연 5%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회사들이 많았던 만큼, 수십억원대 예금에 대한 이자가 상당히 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통 예금액이 거액이면 지점장 전결로 일반 예금에 비해 더 많은 이자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로 지내다가 지난 22년 취임한 신성환 위원은 약 48억원의 자산을 신고했는데, 배우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눈에 띄었다. 배우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에이다, 리플 등 19종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러 코인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금액은 1470만원 수준으로 작았다.

✅표면금리 낮은 장기채로 절세

대한민국 경제 정책을 이끄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약 43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예금으로 약 26억원이었다. 최 장관은 부부 명의로 4억4000만원 어치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최 장관 부부가 보유한 국채는 두 종류로, 국채 20-2(2020년도에 두 번째로 발행)와 국채 22-5(2022년도에 다섯 번째로 발행)였다. 20-2는 2050년이 만기인 초장기 채권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하고 선호하는 국채 중 하나다. 채권은 표면금리에 대해서만 과세되는데, 20-2는 표면금리가 1.5%이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높다. 최 장관은 지난해 20-2를 14만주 매입했는데, 당시만 해도 개인 기준 세후 수익률이 4%대로 쏠쏠했다. 하지만 현재는 금리 인하가 선반영되면서 수익률이 3% 초반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 장관이 투자한 초장기채는 금리 변동에 상당히 취약해서 금리 상승시 원금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리 최상단에서 투자하지 않으면 만기 전 장부상 평가 금액은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 있으므로 절세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일반인이 투자하기엔 쉽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장관이 매수한 이후 금리가 떨어진(수익률 상승) 것은 다행이지만 남은 기간 가시방석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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