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나선 부산대 신용범 교수 “시민에 제대로 알리고 공론 장 만드는 게 의료대란 풀 해결책”

이승륜 기자 2024. 3. 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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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명분을 전혀 안 주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그냥 사직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신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에 대해 시민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홀로 환자를 상대로 피켓 시위에 나섰다.

신 교수는 "결국 정부가 의사들과 터놓고 합리적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그래야 시민과 환자도 현재의 의료계 쏠림·부족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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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 28일 환자들 상대로 피켓 시위…정부 의대 증원 근거 조목조목 비판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 진실 알리기
28일 오후 부산대병원에서 신용범 교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부산=이승륜 기자

"정부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명분을 전혀 안 주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그냥 사직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28일 오후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외래병동에서 만난 신용범(53)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이 1인 시위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신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에 대해 시민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홀로 환자를 상대로 피켓 시위에 나섰다. 신 교수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소아과 오픈 런,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의사 수 부족으로 야기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신 교수는 "아침마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하는 이유를 정부는 소아과 의사 부족으로 몰지만 진실이 아니다"며 "2000년대 초 3200명밖에 안 됐던 소아과 의사가 2023년 600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들어 맞벌이가 늘면서 아이가 아프면 진료를 받고 회사로 출근하는 부모들이 늘었다. 이런 사회 현상을 간과한 것"이라며 "소아과 오픈런은 정부의 맞벌이 지원책이 개선되면 없어질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도 과거 공중보건의에 기반한 1339 전화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1339번에 전화를 걸면 공중보건의가 응급 환자가 어디로 갈지 결정해줬다"며 "하지만 지금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119대원이 응급 환자가 갈 병원을 결정한다. 그렇다 보니 대학병원에 경증 환자가 몰려 정말 중요한 응급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치료를 못 받는 등의 응급실 혼선이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 교수는 정부가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를 거론한 것을 두고도 "정부의 의료 수가 정책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나라의 신경외과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2.5배가 넘는다"며 "뇌혈관 질환을 수술할 의사가 부족한 것은 신경외과 의사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의료진의 상당수가 척추 쪽으로 쏠림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경외과 전문의 100명 중 80~90명가량이 척추 쪽 전공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위험도가 높은 뇌혈관 수술을 한 의사가 의료 사고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전문의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의료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그나마 뇌혈관 질환 쪽 전문의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결국 정부가 의사들과 터놓고 합리적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그래야 시민과 환자도 현재의 의료계 쏠림·부족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하루 1인 시위를 해보니 그 모습을 보신 환자의 80% 정도가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찾는다면 시민 여러분도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고 함께 대안 모색에 나서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지금 교수들이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야간에 응급실 당직을 서고 낮엔 외래진료와 수술을 하느라 기진맥진해 있다"며 "사직서를 내고 진짜 병원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교수들은 아주 소수"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사직서는 정말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에게 현재의 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려 중지를 모으는 것이다. 그때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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