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어린이 환자에게 긍정에너지를…'액터닥터' 인기

박성혜 작가 2024. 3.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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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야 하는 장기 입원 환자들은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병원 생활을 하게 된 어린이 환자라면, 더 그렇죠. 


해외에선 병원으로 찾아가 이들을 위로하는, 이른바 '병원 광대'들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대학교 연극전공 김인준 교수, 그리고 액터닥터로 활동하는 송정아 배우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액터닥터라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 시청자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시는 분들입니까.


김인준 교수 / 국민대학교 연극전공

액터닥터는 액터와 닥터의 합성어입니다. 


배우의 재능을 병원 활동에 접목,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오랜 병원 생활에 지친 환아와 보호자의 정서안정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요. 


4명의 배우들이 지금까지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학교강의로도 개설하여 제가 속한 국민대학교 연극과 학생들이 지난해에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환아들을 만나 인형극 공연을 잘 마쳤습니다.


서현아 앵커

액터와 닥터의 합성어, 그러니까 병원 안의 배우라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건가요?


김인준 교수 / 국민대학교 연극전공 

외국에서는 클라운 닥터, 또는 레드 노우즈, 광대의사라고 부릅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저희들이 첫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직까지는 직업으로서의 액터닥터라기 보다는 관련된 경험을 쌓아가며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은 어린이병원에서 환아들과 만나며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환아들의 상황에 따라 상황에 맞는 놀이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지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유대가 쌓입니다. 


기존 배우들의 병원 활동과 학교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공연을 병행하며 액터닥터의 존재 가치를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병원 안에서 일하는 만큼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액터닥터가 활동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됩니까.


김인준 교수 / 국민대학교 연극전공

광대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선발과 교육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클라운 닥터 활동 후에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2018년부터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배우 워크숍으로 시작했고 2년간의 기초 연구 과정을 거쳐 2023년 1월에는 호주 유머 파운데이션이라는 단체에 배우들과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1997년에 설립된 호주 유머 파운데이션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일반인과 기업의 후원금으로 연간 45억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아 작년에 저희 학교에 팀팀클래스라는 수업을 통해 액터닥터 양성과정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액터닥터의 활동은 병원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아직 시스템화 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요청하는 대로 우리 배우분들은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그들의 활동의 영역을 확장하고 지원하는 게 저와 행정가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할 텐데요. 


액터닥터의 역할이 환아와 보호자에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송정아 배우 / 극단민예

우리는 다양한 공간을 방문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배우잖아요. 


하지만 환아들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도 가족과 의료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환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자극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액터닥터들은 환아와의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즐거움을 선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 생활이 치료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활동도 있고 이 시간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병원 생활과 치료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습니다. 


병원에 대한 기억이 아픈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추억이 있는 즐거운 삶의 일부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환아들과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부모님께도 마찬가지인데요. 


환아의 보호자들은 24시간 환아들과 함께 하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액터 닥터들과 활동 시간이 짧지만 보호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병원에서는 밀린 은행 업무를 보기도 하시고 마음 편히 식사와 샤워를 하기도 하시고요. 


보호자 없이 환우만 입원하는 통합케어센터를 통해서는 환아들의 형제자매들과 가족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 활동은 환아들만큼이나 지쳐있는 보호자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액터닥터로서의 공연은 일반 공연과 현장 분위기부터 준비 과정까지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송정아 배우 / 극단민예

보통의 공연은 공연장과 공연내용 등을 예술인들이 준비하여 관객을 기다리는 형태라면 액터닥터의 공연은 공연장, 작품선정 등 모든 것을 100% 환아들 위주로 준비합니다. 


때문에 공연은 환아들 이동이 쉽고 응급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그곳까지 오는 것도 힘든 환아들을 위해 병실로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공연 내용은 환아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밝고 신나는 내용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보통의 공연에서도 중요하지만 환아들을 위한 공연을 위해서 단어 하나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송정아 배우 / 극단민예

처음 활동할 때 환아들 대상의 공연이라고 해서 공연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막상 공연을 진행하면 겉으로만 환자복을 입고 링거가 옆에 있을 뿐이지 보통의 공연보다 반응도 크게 나오고 공연에 대한 호응도 아주 폭발적이라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통합케어센터에서 환아들과 일대일로 만나서 활동할 때는 활동하는 것을 보호자분들이 직접 못 보시니까 활동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는데 환아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시고는 놀라시더라고요. 


집에서는 못 보는 모습이라고 그렇게 잘 웃는 줄 몰랐다고 보호자분들도 너무 행복해하시더라고요. 


또 오랫동안 만나는 친구들이 예쁘고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서현아 앵커

고통을 잊고 잠시나마 꿈과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시간, 특히 어린이 환자들의 치유에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액터닥터의 활동이 더 많은 환자에게 힘과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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