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아들 승리로…OCI와 이종결합 불발 [한양경제]

권태욱 기자 2024. 3.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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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형제측 신규 이사 5명 선임…모녀측 후보 6명 전원 탈락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형제측 5 대 4로 과반…소액주주 승부 갈라
임종윤 사내이사 “모친·동생, 실망했겠지만 같이 가길”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임종윤측 제공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추진이 끝내 불발로 끝났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반대해 온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와 형제간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한미그룹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형제 측 승리로 일단락된 것이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로, 사외이사로 제안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됐다.

5명의 신임 이사는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다.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52% 내외 찬성표를 얻으며 출석 의결권 수 과반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권 대표와 배 교수도 둘 다 51.8%의 찬성표를 얻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사 변호사는 찬성표 52.2%를 얻었다.

반면 통합을 주도했던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찬성표가 48%로, 과반에 미달해 선임되지 못했다.

사측이 제안한 나머지 이사진 후보인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도 찬성표 과반을 얻지 못해 선임에 실패했다.

서 대표와 박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의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에 따라 모두 9명으로 구성될 한미사이언스 새 이사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가 5명으로 모친 송 회장이 이끄는 기존 이사 4명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아들들의 승리는 23일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 모녀 측의 우호지분과 큰 차이가 없던 상황에서 12.15%를 보유한 신 회장이 형제를 지지하며 우호지분을 40.57%까지 늘렸다. 기존에는 임종윤(9.91%)·임종훈(10.56%) 전 사장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28.42%였다.

반면 모녀 측은 국민연금(7.66%)과 가현재단,임성기연구재단 등의 지지를 받아 우호지분을 42.66%로 늘리며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형제들에게 있었다. 지난해말 기준 지분율 1% 미만인 소액주주는 3만8천470명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20.5%(143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후 현 경영진에 대한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특히 ‘이종 기업’인 OCI·한미그룹 통합에 대한 의구심, 송 회장 경영 시기에 낮아진 주가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로 보인다. 게다가 OCI가 부광약품을 인수한 이후 주가가 크게 감소한 것도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통합 중단 방침을 밝혔다.

OCI홀딩스는 “주주 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는 않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도 “오늘은 주주라는 원팀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기고 다 이긴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며 “곧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정식으로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자신들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의결권을 위임해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가수 조용필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통합 중단 방침을 전한 OCI그룹과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OCI와 협력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며 “복잡하지 않게 단순한 구조로는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훈 이사도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이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자적으로 ‘5년 내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대’를 목표로 한 ‘한미 미래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또 바이오의약품 수탁 제조개발(CDO) 사업을 하는 글로벌 제약사 론자를 언급하며 “한국의 론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종윤 이사는 당시 “‘마이크로GMP’라는 이름으로 100개 이상 다품종 소량의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겠다”며 CDO와 CRO(임상수탁)를 한미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권태욱 기자 lucas45k@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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