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27억원 들여 만들었는데…흉물 된 풍력발전기, 왜?
인천의 한 섬에 27억원을 들여 풍력발전기들을 설치했는데 전기를 생산하기는커녕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습니다. 바람이 적당하지 않아서 풍력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는 위치였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사업을 벌인 탓입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에서 배로 1시간 10분 걸리는 덕적도입니다.
이 해변은 둥근 자갈들로 유명한 곳이고요.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쪽을 보시면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풍력발전기도 설치가 돼 있는데 지금은 프로펠러 없이 그냥 방치된 상태입니다.
곳곳에 녹이 슬었습니다.
해변을 병풍처럼 둘러쌌지만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2017년 완공 이후 발전기 14대 모두 차례로 고장 났습니다.
[김영길/덕적도 북2리 이장 : 설치만 해놓고 그냥 무용지물로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바람이 많이 부니까 프로펠러가 돌면서 그냥 부식이 된 거죠, 오래되니까. 그래서 떨어진 거지.]
풍력발전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센 바람이 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적당한지 등 미리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만들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인천시와 옹진군도 "입지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자립섬을 만들겠다며 예산 27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흉물만 남긴 겁니다.
[장정일/관광객 : 이렇게 바다하고 밀접하게 이렇게 발전소를 놓는다는 자체도 사실 이해도 안 되고. 보기에도,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아주… 보기에 안 좋은데 이걸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거는 (이해가 안 됩니다.)]
고장 난 발전기와 설비는 섬마을의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홍보하겠다면서 만든 이 8억 원짜리 건물도 운영을 멈췄습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운동 시설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그러니까 홍보관 역할은 안 하고?} 그렇죠. {그냥 주민들 편의시설같이 쓰고 있는 거네요?} 왜 자꾸 물어봐요, 그런걸?]
인천시는 "조만간 발전기들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철거하는 데 또 수천만원이 듭니다.
[장정구/한국섬재단 부이사장 : 섬이나 바다에서는 (발전기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만들고 나서 관리도 어려워요. 준비 과정이 꼼꼼하고 또 이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어떤 게 있는지를 잘 살펴야 (되는 거예요.)]
면밀한 검토 없이 속도만 중시했던 사업은 예산 낭비와 주민들의 반발만 남겼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잘 이뤄지려면 입지 선정부터 유지 보수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취재지원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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