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죽산고등학교, 多양성 품은 열린 사고... 세계시민으로 ''쑥쑥'' [꿈꾸는 경기교육]

김경희 기자 2024. 3. 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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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있는 IB교육 도입으로 학교 존폐위기 벗어나고
콘퍼런스•설명회 열어… 학부모도 지지하는 교육 안착
타 지역 학교 벤치마킹 ‘분주’… 인증학교 준비 ‘착착’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안성 '죽산고등학교' 

주변으로 논과 밭이 펼쳐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안성 죽산고등학교는 면 단위 농촌 고교임에도 혁신의 걸음을 아끼지 않는 학교다. 1952년 명륜고등공민학교 죽산분교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죽산고는 1979년 중고등학교가 분리되기 전까지 중고가 병설로 운영돼 왔다. 이후 2022년, 다시 한 번 죽산중고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로 인가를 받은 죽산고는 중교에서부터 고교로 이어지는 미래형 교육과정이 특화돼 있는 공간이다. ‘누구나 주인공이 돼 함께 도전하고 성취하는 교육공동체’를 비전으로 하는 죽산고는 학습자가 주도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 창조적 기회를 만드는 교육, 지속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교육, 교육공동체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교육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형 중·고 통합운영학교로 농어촌 학교가 가진 한계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죽산고를 찾아갔다.

안성 죽산고등학교 제공

■ 자율•존중•도전•성취... 글로벌 인재 자란다

죽산고는 미래형 중·고 통합운영학교로 태어나면서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다. ‘자율과 존중으로 함께 도전하고 성취하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 이러한 결의를 담은 사명선언문을 보면 학생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도전하고,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공존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공동체 모두가 평생학습자로서 배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면서 도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또 세계의 변화를 이끄는 국제적 소양을 지니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열린 인재로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에 따라 죽산고는 IB교육을 통한 창의융합 교육과정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운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형 인재를 키워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속에서도 자율적인 학교 자치문화를 형성하고, 안전·건강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게 죽산고의 의지다. 이는 곧 죽산고의 특색교육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경기지역 고교 중 유일하게 IB후보학교로서 미래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성장 단계에 맞춘 인성교육과 함께 디지털 시민교육을 함으로써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길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또 학생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력 향상 프로그램들 역시 죽산고가 농촌 학교임에도 미래형 교육에 최적화된 학교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

죽산고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탐구하고 성찰하는 학생, 도전하고 성취하는 학생,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학생상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히 학생상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학습으로 창의·융합적인 사고를 지향하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자기주도적인 사람, 소통하고 협력하며 더불어사는 공동체라는 인간상을 완성하겠다는 게 죽산고의 교육 로드맵이다.

안성 죽산고등학교 제공

■ 고교 중 유일한 후보학교... 첫 도전으로 혁신 쓰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IB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크게 부딪혔던 반대는 고교과정에 IB교육을 도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어느 나라보다 입시체계가 공고하고, 입시의 중요성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대한민국의 현실상 IB교육을 고교 교육과정에 도입하는 게 대입 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죽산고가 IB 관심학교를 신청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70여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이지만 면 소재지의 농촌학교로 학령인구 급감의 영향을 정면으로 맞은 학교, 안성시내로 학생들이 유출됨에 따라 겪는 학교의 존폐위기까지 고심했던 죽산고는 이러한 어려움의 돌파구로 IB 교육을 택했다. 적정 인원 확보가 힘든 학교의 현실을 오히려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계획으로 죽산고는 IB 교육 도입에 뛰어들었다.

교직원들은 지난해 2월부터 진행됐던 교직원 대상 각종 연수에 참여하면서 IB교육과정이란 무엇인지, IB교육과정을 도입했을 때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한 것이다.

여기에 한 걸음을 더 걸었다. IB교육을 도입하는 데 있어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지난해 6월 ‘제1회 죽산중고등학교 미래교육 콘퍼런스’를 열고 ‘IB, 미래 교육을 위한 제안’이라는 강연을 준비한 것. 당시 강연에는 학부모와 안성·평택지역 교육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하면서 IB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지난해 6월 IB관심학교를 신청해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제2회 죽산중고등학교 미래교육 콘퍼런스를 열고 ‘IB, 미래교육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제주 표선고등학교 교장을 초청해 적용 방향을 고민하기도 했다. 표선고등학교는 IB교육과정을 이미 적용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적인 학교로 꼽힌다. 또 마찬가지로 IB 대표학교이자 올해 입시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한 경북대사대부고와도 활발하게 소통했다.

그러는 사이 교사들은 IB 관련 연구도 시작했다. 교과별로 수업을 설계하고 서로 수업을 교류하는 연구 및 실천 단계를 추진하면서 학생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선 미래교육 콘퍼런스를 열기 전부터 열고 난 후까지도 불안해 하던 학부모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도 거쳤다. 학부모들에게 IB프로그램 설명회를 열고 설득한 끝에 지금은 학부모들도 지지하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죽산고는 IB 후보학교로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끝에 지난해 10월 IB후보학교 인증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제 인증학교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죽산고 관계자는 “대구 경북대사대부고 사례를 통해 IB가 오히려 학생들의 생각을 넓혀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고교에서 IB교육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우려도 많았지만 표선고나 경북대사대부고와 소통하며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증학교를 향해 꾸준히 역량을 강화하며 학생들이 세계 시민으로 나아가는 길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 '죽산고등학교' IB교육

안성 죽산고등학교 제공

■ 죽산고는 왜, IB교육을 택했나

분명한 도전이었다. 경기도내에서 사례가 없었다. IB가 제대로 자리 잡을지 보장해줄 사람도 없었다. 온전히 교육구성원이 IB교육이라는 큰 틀의, 막연한 지향점을 향해 달려야 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학교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고교에서는 처음으로 관심학교를 신청하고 후보학교로 인증받는 길을 걸으며 죽산고는 한 가지를 분명히 확인했다. ‘IB는 결국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

죽산고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새로운 문제에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지식과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로 이를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단순히 교사가 정답을 제시하고, 이를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 과정을 벗어나 교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탐구-실행-성찰 중심의 자율적 수업으로 학생 생각의 크기를 넓힐 계획이었다.

이에 교사들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해 평생 학습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별도의 교사 협력체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과거 단원별로 같은 과목 교사들이 수업을 구성해 단순 교환했던 것과 달리 IB교육의 도입을 준비하면서는 교사들이 서로 협력해 IB프레임워크를 연구하고 미래 핵심 역량 중심, 문제 해결 중심, 개념 기반 학습 중심, 과정 중심 평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한발 앞서 교육현장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역량 키우기에 온 힘을 쏟았다.

이러한 교사의 역량 강화가 이후 치러질 IB교육 체제의 논술·서술형 평가 타당도와 신뢰도를 갖춘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역량을 키우는 수업·평가를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렇게 교사들은 망설임 없이 ‘깊이 있는 수업’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았다. 더 이상 학생들이 찾지 않는 학교, 비선호 학교라는 인식을 교사들의 힘을 모아 깨뜨릴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몇 년 동안 학생 모집이 되지 않아 특성화 학과가 폐과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그렇게 교사들은 스스로 학습의 현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이는 죽산고의 폐교 위기를 돌파할, 이를 넘어 죽산고를 찾고 싶은 학교,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었다.


인터뷰 줌-in  “수다쟁이 되는 수업… 내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죽산고 장정우 교사

“내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교육, 조용했던 교실을 토론의 장으로 만든 교육이 IB입니다.”

죽산고가 IB 후보학교로 인증받고, 이제 인증학교를 준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장정우 교사는 IB교육을 도입한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로 아이들에게 생긴 활기를 꼽았다. 조용하던 교실이 시끄러워졌고, 의욕이 없던 학생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으며, 꿈이 없다던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고민해 상담을 요청해오고 있다는 게 장 교사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변화하기 전에 먼저 변한 건 교사들이었다. 그는 “IB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나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모임을 많이 만들었는데, 거기서 가장 자주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내 아이에게도 IB교육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을 정도라고 하면 이건 이미 검증이 됐다고 봐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이태림양, 라은수양.

학생들의 생각도 같았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비교할 때 오히려 더욱 폭넓은 생각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이러한 연습이 대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든다는 것.

죽산고 2학년 이태림양은 “1년 동안 공동체 프로젝트 수업으로 우리 마을의 문제점이나 불편한 점을 직접 찾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활동을 했다”며 “처음 문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역시 직접 찾아보고 생각하다 보니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과거 수업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프로젝트로 함께하는 수업이다 보니 친구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는 환경 문제도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1학년 라은수양 역시 공동체 프로젝트를 가장 인상깊었던 IB교육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우리가 사회로 나가 생활해야 하는 만큼 지금 각자 생활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우리 사회에 갈등이 많은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도 IB교육을 적용하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죽산지역은 경기도에서 변두리이고, 어떻게 보면 제일 소외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으로 4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새 건물로 이사할 예정인데, 학생들이 없다면 이 역시 기능을 잃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장시간에 걸친 교육공동체의 고민 끝에 IB교육 도입이 우리 현실의 극복 방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학생들이 단편적인 암기 교육에서 벗어나 개념을 이해하는 교육을 하다 보면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분명 필요한 인재로 커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목표는 죽산중학교와 죽산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인근 죽산초등학교까지 함께 이 지역을 IB벨트로 조성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소멸위기도 자연스럽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교육이 입시를 넘어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주는 교육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장 교사의 설명이다.

그동안 IB교육 준비를 위해 수많은 교사와 함께 힘을 모았던 장 교사인 만큼 IB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그는 “한국교육과정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에는 ‘우리가 도대체 왜 이걸 배워야 하는가’라는 걸 궁금해할 틈도 없이 그냥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IB는 확실히 근본적인 철학을 바꾸는 교육이라는 점을 몸소 느끼면서 이걸 꼭 우리 학교에 도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이걸 왜 배우는가에 대한 답을, 교사들은 이걸 우리가 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가면서 학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수 밖에 없었다”며 “이제 대입 체계도 분명 IB가 중점이 된 체계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시에도 분명히 시대적인 변화를 적용한 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IB 교육과정을 적용받은 친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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