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엔 비둘기가 온다해도

김동찬 2024. 3. 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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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와도 '비둘기파'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철학으로 국제적 흐름을 꺾을 수는 없지 않나."

글로벌 피벗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서 결국 중요한 건 속도와 폭이다.

라스트 마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내수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달 취임한 황건일 금통위원은 본인을 비둘기·매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황조롱이'로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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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금융부
"누가 와도 '비둘기파'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철학으로 국제적 흐름을 꺾을 수는 없지 않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정통한 내부관계자는 다음달 퇴임하는 조윤제, 서영경 금통위원의 후임이 어떤 소신이 있는 사람인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2월과 2021년 10월, 기준금리 동결 당시에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밝힌 조·서 위원이 떠나면서 한은은 도비시(Dovish·완화적)할 채비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7~8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조·서 위원의 후임을 추천하는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향후 경기부양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점도 비둘기파 성향의 인사가 올 확률을 키운다.

그러나 얌전한 비둘기가 오기엔 경제상황은 언제나 그렇듯이 실로 복잡하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세번 금리를 내린다지만 실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9명의 위원 중 한 명만 매파적으로 돌아섰어도 점도표상 연내 금리인하 횟수는 2회로 준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발언도 엇갈리고 있다. 시카고 연은 굴스비 총재는 올해 3회의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애틀랜타 연은 보스틱 총재는 기존과 동일하게 연내 1회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나 연말 대선에 따라 느긋한 척하는 연준이 언제든 태세를 바꿀 수도 있다.

국내 셈법도 복잡다단하다. 오랜 고금리·고물가에 민간의 실질구매력은 약화했고 내수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공급충격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 민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시스템 리스크는 국내 경제의 오랜 뇌관이며 울퉁불퉁한 물가도 언제 잡힐지 가늠키 힘들다.

대내외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유연한 인재가 필요하다. 다음달 한은을 떠나는 '매파' 서 위원은 지난 26일 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완연하게 도비시한 목소리를 냈다. "입장이 중간에 바뀌었다고 보는 분들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결정해 왔다"는 그의 말처럼 이분법적 사고는 무의미해졌다.

글로벌 피벗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서 결국 중요한 건 속도와 폭이다. 라스트 마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내수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하반기 한은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새로운 경제전망이 나오는 5월, 첫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달 취임한 황건일 금통위원은 본인을 비둘기·매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황조롱이'로 비유했다. 더 다양한 새가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다.

eastcol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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