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추도비 철거' 한국 면담 요청에, 군마현이 거절

김현예 기자 2024. 3.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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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이 났던 군마현의 조선인 추도비, 기억하십니까?

올 초 군마현이 다카사키시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부수고 철거했었는데요. 당시 철거에 앞서 대화를 하자며 주일 한국대사관이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군마현 지사가 거부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지난1월 29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오늘(28일)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이 철거 공사 일주일 전, 군마현청을 찾아서 면담 요청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추도비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는데, 며칠 뒤 군마현은 면담을 거절한다고 연락했다는 겁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고 밝혔는데요. 군마현 지사가 “외교 경로로 무언가 이야기는 오지 않았다(지난 1월 25일 기자회견)”라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인 겁니다. 야마모토 지사는 2월 중순 이뤄진 회견에서도 “공식적으로 어떤 형태로 면회하고 싶다고 들은 적이 없다”면서 한국대사관 접촉 사실을 부인했는데, 거짓이었던 겁니다.

비문만 남은 추도비


군마현 당국이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한 뒤인 지난 2월 3일 빈 공간으로 변한 추도비 터(아래)와 원래 모습(위). 연합뉴스
군마현 추도비는 지난 2004년 일본 시민단체 주도로 세워졌습니다. 비석 앞면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새겨졌습니다. 비석 뒷면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적혀있었는데요.

지난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군마현은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습니다. 소송까지 갔는데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시민단체 반발이 이어졌지만 군마현은 지난 1월 29일 철거에 나섰습니다. 중장비를 동원해 비석을 부쉈는데, 비문만은 시민단체들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측에선 부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부의 역사' 지우기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 추도비를 어떻게 재건할지를 놓고 고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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