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 강태웅 對 ‘중진’ 권영세…‘新 정치 1번지’ 용산 리턴 매치 [총선 빅매치]

구민주·강윤서 기자 2024. 3.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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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890표’ 서울 최소 격차…여론조사 오차 내 접전
‘대통령실’ 두고 격돌…강태웅 “재이전해야” 권영세 “자부심 높아져”

(시사저널=구민주·강윤서 기자)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4년 전 총선에서 용산은 서울 49곳 지역 가운데 '최소 격차'로 승패가 엇갈린 곳이었다. 불과 0.6%포인트(p), 단 890표차로 권영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당선 배지를 달았고,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권 후보는 당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강북 유일의 승리자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4년 후 용산에선 전국서 가장 뜨거운 '리턴 매치'가 벌어졌다. 설욕에 노리는 강 후보와 지역구 사수에 나선 권 후보가 일찍이 맞대결 대진표를 확정짓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구도는 같지만 그 사이 용산의 정치적 '입지'는 달라졌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취임 후 대통령실이 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용산은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부상했다. 이번 총선 최대 관심지인 서울 '한강벨트' 그 중심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용산이 이번 총선의 성격이 '정권 심판'인지 '정권 지원'인지 바로미터가 되어줄 승부처로 꼽히는 이유다.

4년 간 현장 경험을 쌓아 재도전한 강 후보는 서울시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며 행정1부시장까지 역임한 '행정통'이다. 제로페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울형 유급병가제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개발 등 복합적인 과제를 떠안은 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용산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실무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자부한다. 전국적으로 우세한 정권심판의 바람이 이곳 윤석열 대통령의 앞마당에도 강하게 불어 닥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년 사이 권 후보도 정치적 '몸집'을 더욱 키웠다. 윤석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부터 통일부 장관까지 거친 그는 벌써 5선을 노리고 있다. 용산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 각종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정치 초보보다 중량감 있는 집권여당의 중진 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대선 당시 용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약 14%p차로 이긴 데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박희영 후보가 용산구청장 자리에 올랐다. 최근 여당을 향해 불었던 훈풍이 이번 총선에도 이어질 것으로 그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용산 판세는 4년 전 못지않게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비슷한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되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에 의뢰해 지난 22~27일 동안 용산 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권 후보가 37.4%로 강 후보(25.3%)보다 12.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용산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강 후보가 44%를 얻어 39%인 권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남은 열흘 여 동안 승부가 어디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으로 읽힌다.

ⓒ시사저널 양선영

"대통령실 소음 심각" "여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시사저널은 28일 용문시장과 용산역, 숙명여대 일대를 방문해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두 후보가 출정식을 연 용문시장과 용산역사에는 일찍부터 주민들과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민심은 '강태웅' '권영세'를 외치는 이들의 구호만큼이나 명확히 엇갈렸다.

용문시장에서 만난 용산 토박이 60대 최아무개씨는 "권영세 후보가 용산에 있는 동안 일을 괜찮게 했으니 이번에도 힘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용산에 개발이 덜 되고 손댈 곳이 많은데 아무래도 여당 후보가 정부랑 손잡고 더 빠르게 잘 하지 않겠나"라며 "(권 후보가) 통일부 장관으로 가 있는 동안은 지역에 좀 소원했지만 장관까지 했으니 지역에 힘 좀 쓰지 않겠다"라고 기대했다. 다만 "정부나 국민의힘을 칭찬하기 위한 표가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물가가 너무 높고 살기 빠듯해 주변에 대통령 욕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여당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으로 이사온 지 8개월 된 이아무개(47)씨는 여당을 지지하는 이유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꼽았다. 그는 "정치 성향을 검사해보니 '중도'가 나왔지만 한 위원장을 보고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고 있다. 신뢰를 주는 인물"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 매몰돼 있는 민주당보다 낫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70대 윤아무개씨도 "한동훈 일 하는 게 보기 좋아서 국민의힘 뽑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공천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권 후보의 4년 의정과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40대 학부모는 "용산은 아이 키우기 별로 좋지가 않다. 대형 학원도 없고 교통도 너무 복잡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그동안 개선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이태원 참사 때 (박희영) 용산구청장 관련해 시끄럽지 않았나. 그런 일이 있었는데 또 국민의힘을 뽑는 건 거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권 심판론'을 이야기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숙명여대역 근처에서 마주친 50대 김아무개씨는 "용산에서 이번엔 무조건 강태웅 후보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2박3일 동안 말해도 될 만큼 문제가 많은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라도 이번에 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역에서 만난 40대 정아무개씨도 "이재명은 싫어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뽑을 생각"이라며 "고물가와 의료대란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커 정권 심판까지는 몰라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년여, 용산의 최대 화두였던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목소리도 나왔다. 용산에서 30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태식(50)씨는 "대통령실이 이전한 후 매일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에 소음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왜 하필 용산으로 와서 장사하는 데 피해를 주나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최아무개(60)씨도 "대통령실 근처에 자주 가는데 아침저녁 교통이 복잡해졌다"며 "그렇다고 이미 큰 돈 들여 옮긴 걸 재이전할 수도 없고, 누가 당선되든 주변 정비를 좀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찾아 강태웅 후보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앞에서 권영세 후보를 지원유세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30년 경력 행정 전문가" "힘 있는 여당 중진"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두 후보 간의 신경전도 날로 날카로워졌다. 시사저널은 이날 두 후보로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강점과 주요 공약, 포부 등을 들었다.

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여야 한다. 용산은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어 달라"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는 "4년 전에는 선거를 불과 90일 앞두고 전략공천을 받은 데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너무 부족했다"며 "이후 민주당 용산 지역위원장으로서 1년간 선거운동을 하며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스로 '생활 밀착형' 정치인으로 소개한 강 후보는 "용산은 오래된 도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도시환경정비 등을 잘 해결할 전문가, 30년 경력의 행정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 이 옮겨놓은 대통령실이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을 저해하고 있다"며 재이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이 대통령실 주변 소음과 교통 혼잡으로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고, 개발도 더뎌질 거라는 걱정이 많다"면서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처럼 용산국가공원도 생태공원으로서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반면 대통령실 재이전과 관련해 권 후보는 "비현실적인 공약이자, 그저 현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안 보인다.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통령실이 오면서) 용산을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의 새로운 중심이 돼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후보는 "대전환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용산과 용산 주민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힘 있는 중진 의원이 필요한 때"라며 "대통령실, 서울시, 중앙부처 등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조에 주민들이 원하는 용산공원을 만들어 내고, 철도를 지화화하는 등 '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국운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선거"라며 "다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지난 4년 무슨 일들을 저질렀는지 국민은 전부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대한민국은 답도 없이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권영세 국민의힘 용산구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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