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넉달만에 반등 … 매물은 늘어
1년간 전세매물 28% 줄때
매매 물건은 39% 급증해
갈아타기 대기수요 증가에
호가 뛴 매물 늘고 거래량 쑥
"집 팔겠다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급하지는 않아 호가가 싸지는 않아요. 이 정도 거래량 갖고는 오른다 내린다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28일 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는 확실히 올랐지만 거래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부동산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1년 전보다 전국 모든 시도에서 아파트 매매 물건이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세종으로 매매 물건이 4758건에서 7675건으로 61%나 뛰었다. 서울 매물은 5만9728건에서 8만3320건으로 39% 늘었다. 2021년 집값 고점기에 매매 물건이 3만8000~4만여 건이었는데 3년 새 갑절 이상 불어나 안 팔리고 쌓인 아파트가 역대 최다다. 경기도 매물이 11만5904건에서 15만2849건으로 31% 뛰었고, 인천도 28% 급증했다.
반면 전세 물건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세 물건이 1년 전보다 서울은 28.9%, 경기는 27%, 인천은 38% 줄었다. 전세 물건 감소로 전셋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46주째 오름세다. 이번주 수도권은 0.07%, 서울 0.07%, 인천은 0.17%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수 대기자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며 역세권·신축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한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지만 서울은 18주 만에 상승(0.01%)으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서울 상승의 온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매물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2021년 이후 역대 최다라는 점이다. 2021년 상승장 때 서울은 전세·매매 물건이 동시에 급감하며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세가는 상승 추세지만 매매 물건이 역대급으로 쌓이고 있어 여러 해석이 나온다.
통상 매물이 쌓이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물이 많아도 호가가 시세보다 높다. 급한 매물이 아니란 뜻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값 상승 기대로 상급지로 갈아타기 하는 매물이 늘었다"고 전한다. 강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집값이 곤두박질치니까 실거주자들은 안 내놨다. 이제 금리 인하도 기대되고 부동산 시세가 어느 정도 올라오니 내놓는 거라 급매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 고덕그라시움은 전용 84㎡ 최저 시세가 15억2500만원(KB부동산)인데 시장 최저 호가는 15억5000만원 선이다. 서울 잠실 리센츠 전용 84㎡도 시세 바닥이 21억9000만원인데 호가는 22억원에서 시작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은 한두 채 싸게 팔아도 급매로 정리하는데 1주택자들은 이 집을 싸게 팔면 갈아탈 수 없어 호가를 못 내린다"며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선매수 후에 매도했지만 요즘은 어려우니까 우선은 매도해 놓고 팔리면 갈아타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2년간 부동산 침체를 겪으며 거래 가뭄에 소화되지 못한 매물이 쌓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매전문가 백희진 작가(필명 네이마리)는 "지금은 철저히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 위주다. 거래량 자체가 과거와 다르고 매물 소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백 작가는 매물은 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최근 경매 낙찰가가 오르고 아파트 실거래가도 상승 거래가 늘고 있다. 작년이나 재작년보다는 거래량이 분명 증가세여서 매물 증가로 하락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2111건으로 전월(2만6934건)보다 19.2% 늘었다. 지난해 8월 3만9277건을 기록한 후 12월까지 4개월째 거래가 줄다가 올 들어 반등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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