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돌아오길"… 전공의 지원책 봇물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3. 28.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6시간 연속 근무 금지
정부, 시범사업 5월 실시
외과 이어 소아청소년과에
100만원 수련 수당 지급
朴차관 "의정갈등이 아니고
특권적 의사집단과의 싸움"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외래 환자가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5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수련 환경 개선 작업을 본격화한다. 앞서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추가적인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도 '유연한 처분'에 대한 당정 협의가 마무리되기 전엔 집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당장 5월부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며 총 수련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 내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2026년 2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시범사업 형태로 근무시간 단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전 총괄관은 "현재 시급한 문제는 36시간 연속 근무에 대한 부분"이라며 "그다음에 의사 인력 확충을 통해 현재 수련 체계가 진료 중심에서 수련 중심으로 변화하면 80시간의 수련시간이 적정한지에 대해 함께 지속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에는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내년 전공의 정원 배정 등에서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는 1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을 제도화하고 전체 수련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해 정책 기반도 다진다. 전공의 관련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의 참여를 늘린다. 현재는 총 13명의 수련환경평가위원 가운데 2명만이 전공의 위원인데,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산하 정책, 교육, 기관 3개 분과의 평가위원회에도 전공의 위원을 1명씩 확대한다. 전 총괄관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공의 위원을 1~2명 더 늘리는 식으로 추진 중"이라며 "각 분과위원회에 1~2명씩 참여하고 있는 전공의 위원도 더 늘려 전공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전했다.

올해 6월부터는 전공의의 종합적 수련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전공의 수련 교육에 필요한 비용 관련 지원도 강화한다. 기존 외과와 흉부외과에 더해 전날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도 매달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분만·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 총괄관은 "현재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바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층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정처분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이달 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전 총괄관은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이들에게는 다음달 2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할 것을 안내한 바 있다"며 "이 기간까지 임용 등록이 되지 못할 경우에 올해 상반기 인턴 수련은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오는 9월부터 시작하는 하반기 인턴 수련이나 내년 3월에 시작하는 인턴 수련을 받아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대해 "국민과 국민에 특권적인 의사집단 간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000명을 너무 고수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고수하는 것은 숫자 2000이 아니다"며 "이제 와서 정책 결정 과정을 다 무너뜨리고 의대 증원을 제로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힘에 기반한 반(反)지성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민주주의 공화국의 가장 기본적 원리를 무너뜨리려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국민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지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