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발목잡힌 연구시설...가동 앞둔 중이온 가속기 ‘라온’도 전기료 근심

송복규 기자 2024. 3.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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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예산을 들여 만든 대형 연구시설이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연구자는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연구시설에 적용할만한 전기료가 없어 일반용이나 산업용 전기를 쓰게 되는 것 같다"며 "지금 체계에선 다른 전기요금보다 싼 편인 교육용 전기를 받는 것만으로도 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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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첫 실험 앞두고 전기료에 ‘고심’
대형 연구설비, 산업용·일반용 전기 적용돼 부담 높아
과기정통부 “전기료 예산 확보에 만전 기할 것”
라온 중이온가속기 시설이 있는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전경./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액의 예산을 들여 만든 대형 연구시설이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항목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운영하는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에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건국 이후 최대 기초과학사업으로 불리는 대형 연구시설이다. 일반용 전기요금은 흔히 상업용 시설에 적용되는 요금 체계로 교육용이나 주택용보다 비싸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무거운 원자를 이온으로 만들어 쏜 다음 다른 물질과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찾는 장비다. 세계 최고 성능 중이온가속기 건설을 목표로 모두 1조5183억원을 들여 2021년 완공했다. 첫 실험가동은 오는 5월 시작한다. 실험으로 발견되는 새로운 원소에는 ‘코리아늄’이라는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새로 찾은 원소 중에는 신약 후보 물질이나 산업 판도를 바꿀 신소재가 발견될 수 있다.

라온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첨단 장비지만, 정작 연구진은 제대로 장비를 돌리기 힘들 수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는 실험인 만큼 장비를 끊임없이 가동해야 하지만, 계속 오르는 전기료 탓에 실험 횟수를 줄이거나 방식을 조정할 처지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산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연구시설을 운용하는 연구자들이 바라는 건 적용되는 전기요금 종류라도 한시적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연구시설인 IBS는 일반용 전기요금을 낸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11월 공고한 전기요금표를 보면 고압용 300㎾ 이상 기준 일반용 전기요금은 1㎾h당 227.8원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교육용 전기요금은 1㎾h당 182.6원이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초전도 가속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요금 체계에서는 한 달에 10억원이 전기료로 들어간다. 만약 교육용으로 전기요금을 변경하면 한 달에 2억원 정도 전기료 부담이 줄어든다. 전기요금 종류를 바꾸면 연간 가동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는 가격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8월 전기료 부담에 서비스를 평시의 50% 수준으로 줄였다. 데이터센터가 내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고압용 300㎾ 이상 기준 1㎾h당 234.5원이다.

연구시설에 적용할만한 전기요금이 없어 비싼 전기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자는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연구시설에 적용할만한 전기료가 없어 일반용이나 산업용 전기를 쓰게 되는 것 같다”며 “지금 체계에선 다른 전기요금보다 싼 편인 교육용 전기를 받는 것만으로도 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시설 전기요금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요금체계에선 교육용 전기를 교육기관과 도서관·박물관·과학관에만 적용할 수 있어 전기료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시설 가동에 차질이 계속될 경우 재차 산업부와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시설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예산 확보와 유연한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연구시설 전기료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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