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내로남불 아닌 선공후사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4. 3. 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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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이다.

선공후사라는 말의 출처는 '사기'의 한 대목인 '염파인상여열전'이다.

이 유명한 이야기는 진정한 선공후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선공후사에 역행하는 정치인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감별력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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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이다.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똑똑한 사람은 많으나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요즘 정치 난맥상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선공후사라는 말의 출처는 '사기'의 한 대목인 '염파인상여열전'이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맹장 염파와 명재상 인상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다. 이 유명한 이야기는 진정한 선공후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조나라 혜문왕이 천하의 보물로 꼽히는 화씨벽을 얻게 되자 소문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이 혜문왕에게 화씨벽과 성 15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화씨벽을 주자니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을 게 뻔하고, 화씨벽을 안 주자니 진나라가 쳐들어올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인상여는 호랑이 굴 같은 진나라에 들어가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기지로 화씨벽을 무사히 지켜낸다. 이후 외교 회동에서 진나라 소양왕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며 수치를 당할 뻔한 조나라 혜문왕을 구해낸다. 이 공로로 환관의 식객에 불과했던 인상여는 오늘날 국무총리 격인 상경에 오른다.

세 치 혀로 벼락출세한 인상여가 아니꼬웠던 염파. 그는 인상여를 만나기만 하면 톡톡히 망신을 주겠다고 별렀다. 이를 전해 들은 인상여는 염파를 피해 다녔다. 측근들은 물론 하인들마저 불만을 표시하자 인상여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진나라 왕을 면전에서 꾸짖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염파를 겁내겠는가. 지금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어서다. 내가 염파를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목적은 권력을 누리는 게 아니라 국민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워야 한다. 정치인의 품격은 이 같은 자세에서 나온다. 선공후사에 역행하는 정치인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감별력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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