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운명 갈랐던 하루…장·차남 표결승리에 주총장 '환호'

송연주 기자 2024. 3. 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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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주총, 3시간여 지체 후 시작
의장 자격 지적…개표 등 지연에 고성오가
모녀에 승리한 형제측…현장 주주들, 함성
[수원=뉴시스] 임종윤‧종훈 형제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구성 표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자들앞에 나섰다. 2024.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지난 1월12일 '한미-OCI그룹 통합' 발표 후 2개월 반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종착점에 이르렀다. 통합에 반대했던 한미 오너일가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주주제안이 가결되며 형제가 승리를 거뒀다.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는 당초 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출석주주 위임장 확인 등으로 3시간 이상 지체되며 오후 12시30분께 개회했다.

이날 장·차남의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장녀 임주현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모녀와 대립 중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주총에 참석했다. 한미와 통합을 추진 중인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장남, 의장 자격 지적…개회·개표 늦어지며 '고성'

[수원=뉴시스] '한미-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을 결론 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오후 12시 넘도록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2024.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3시간 만에 개회했지만 의장 자격에 대한 지적부터 제기됐다. 이날 주주총회 의장은 송영숙 회장 대신 신성재 전략기획실 경영관리본부 전무이사가 맡았다.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은 의장에게 "전무인가, 전무인사인가. 등기이사가 맞나"라고 물으며 "오늘 주총의 모습을 보니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 주주 역시 "권한대행자 관련 판례 중 미등기 이사는 권한 대행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며 "적법하지 않은 경우 의장 불신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관건인 표 대결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의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이뤄졌다. 양측 후보자 총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최대 6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장·차남은 한미와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가처분 등을 제기해왔다. 이날 주총에서 형제 측 추천 인사로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 교체 후 OCI 통합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표 대결을 위한 투표와 개표 작업, 위임장 확인 작업 등으로 시간이 지체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개표 작업은 시스템 문제로 지연되며, 정회했다. 주주들은 "언제까지 기다리냐"며 "빨리 투표 및 개표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신 의장은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온 직원이 각 절차에 함께 점검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주주들을 달랬다.

모녀에 승리한 형제…현장 주주들, 함성

개표 결과는 형제 추천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의 가결이다. 5명은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다.

이 중 임종윤 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이날 출석한 주주의 5962만주 중 3114만주가 찬성해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2% 및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대비 46%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임종훈 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3087만주가 찬성해 각 51.8% 45.6%였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사내이사),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사내이사) 등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부결됐다.

주총장 일각에서 우렁찬 함성이 흘러나왔다. 형제 측을 응원한 소액주주들의 함성이다. 형제는 막판 관건으로 여겨진 소액주주의 표심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지분율 1% 미만인 소액주주는 3만8470명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20.5%(143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주총 종료 후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 않고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임종윤 전 사장은 "네버 어게인,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우리 주주 '원팀'은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겼다.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이겼다는 게 위안이 된다. 절대적인 '키맨'이었던 신동국 회장이 우릴 믿어준 것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2개월여 동안 대립했던 모녀와 함께 가고싶다고도 했다.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앞으로 할일이 많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합쳐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모녀 측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준 주주들과 전현직 한미그룹 임직원들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한미에 대한 성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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