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15m 옆에 카지노?…학교·학부모·시민단체 반발

오윤주 기자 2024. 3.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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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경계에서 15m, 출입문에서 51m 떨어진 호텔에 카지노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당국과 학부모,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8일 충북 청주시와 충북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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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카지노 청주 입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학교 경계에서 15m, 출입문에서 51m 떨어진 호텔에 카지노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당국과 학부모,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8일 충북 청주시와 충북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달 말 한 건축설계사무소가 카지노 입점 관련 행정 절차를 문의해 관련 법규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 업체는 강원도 평창의 한 리조트에서 카지노를 운영했던 곳으로, ‘카지노 이전 관련 허가를 받은 뒤 그랜드 플라자와 1천평 임대 계약을 했다’고 밝힌 상태다. 공식 민원 접수는 하지 않았지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쪽은 주변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말을 아꼈다. 그랜드 플라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카지노 관련) 이사, 입점, 일정, 규모 등 정해진 게 없다.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등 교육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카지노 입점 예정지로 알려진 그랜드 플라자 주변엔 학교 여러 곳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주 신흥고는 이 호텔과 학교 경계에서 불과 15m, 출입문에서 51m 떨어져 있다. 김영년 신흥고 교장은 “학교 코앞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교육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사행성 카지노 입점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호텔은 2006년, 신흥고는 1978년 문을 열었다.

충북지역 시민단체도 반대한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시민과 함께 반대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시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협의회도 카지노 입점 반대 운동에 가세할 방침이다.

카지노 입점설이 퍼진 청주 그랜드 플라자 호텔. 호텔 바로 옆 신흥고(사진 오른쪽 주황색 지붕)는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반발한다. 오윤주 기자
청주 신흥고에서 본 그랜드 플라자 호텔. 오윤주 기자

호텔 반경 500m 안엔 신흥고뿐 아니라 율량초(150m)·주성중(256m)·청주여고(266m)·율봉유치원(294m)·중앙초(352m)·주중초(460m) 등이 있으며, 이들 학교·유치원에선 현재 5453명이 교육받고 있다. 이들 교육기관 7곳은 충북교육청에 카지노 입점 반대 뜻을 전했으며, 충북교육청은 청주시에 카지노 입점 불허를 요청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당국의 고민은 카지노 입점을 막을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학생 보건·위생·안전·학습, 교육 환경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현행 교육환경보호법은 교육환경 보호구역(절대보호구역 학교 출입문 50m 내, 상대보호구역 학교 경계 200m 내) 금지 행위에 카지노 영업을 포함하지 않는다. 신효진 충북교육청 보건팀 주무관은 “노래연습장, 단란·유흥주점 등은 금지하지만 카지노는 금지 대상이 아니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오문영 청주시 관광정책팀 주무관은 “그랜드 플라자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기존 관광호텔 숙박업에서 업종의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어서 관련 법규를 살피고 있다”면서도 “카지노 영업을 막을 명확한 기준·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처리 방향 등을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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