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직장 남녀에 물어보니... “남자니까 힘쓰는 일” “여자니까 워라밸”

김지원 기자 2024. 3. 28. 17: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 [직장인 블라블라] Z세대 남녀, 직장 갈등...”관용의 자세로 역지사지해야”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일러스트=김영석

‘남녀 갈등’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전장(戰場)이다. 2016년 ‘강남역 사건’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를 기점으로 성별 갈등은 점점 격화했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남성과 여성 두 집단은 정치 성향은 물론 직장 생활, 결혼·출산 등의 생각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전문 기자인 존 번 머독은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한국은 젊은 남성과 여성이 갈라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다른 나라에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결혼율은 급락했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WEEKLY BIZ는 사회 초년병이 많은 Z세대 남녀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20대 여성 기자는 또래 남성을, 20대 남성 기자는 또래 여성 이야기를 취재했다.

◇Z세대 男 “남자라 차별받는다”

취재에 응한 Z세대 남성은 대부분 직장 내 ‘역차별’ 문제를 꺼냈다. 서울 소재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A(28)씨는 “직장 생활에서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열악한 환경에 부닥칠 때가 잦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자라는 이유로 힘든 일에 동원되고, 직장 내 폭언·폭력 대상이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군 장교 출신인 B(29)씨도 “병과 수업에서 나보다 더 낮은 성적을 받았던 여성 동기가 대표로 상을 받는 일이 있었다”며 “군대에선 여성이 소수라서 눈에 띄기 때문에 (나보다 성적이 낮은데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년 차 초등 교사 C(27)씨는 “여초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힘쓰는 일이나 학생들 간 폭력 상황을 중재하는 역할을 억지로 떠맡는 일이 잦다”며 “학기 초 여학생 학부모들이 남자 교사라는 이유로 경계하는 느낌을 받을 때는 솔직히 억울하다”고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컸다. 남성을 겨냥한 지나치게 과격한 태도가 오히려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고 느끼는 이가 많았다. 4년 차 사무직 직장인 D(31)씨는 “직장에서 여성들이 출산·육아휴직으로 부담을 겪거나 성희롱·성추행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는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같은 구호는 사회 통합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Z세대 女 “여자이니 워라밸 챙기라고?”

Z세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편견’의 벽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데 한목소리다. 여성이란 성별이 일종의 족쇄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소재 한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E(30)씨는 “최근 저녁 자리에서 한 선배가 ‘너는 곧 결혼도 해야 되니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팀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며 “아직 결혼 생각도 없는 데다, 일 욕심이 많은데 선배 말을 듣고 ‘30대니까 결혼하라는 얘기인가’ ‘여자는 결혼하면 한가한 일만 하라는 건가’ 등 온갖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F(29)씨는 “여자라고 출장을 보내지 않거나 업무량이 많은 프로젝트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성별로 업무 능력마저 과소평가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여자니까’란 이유로 동료들 모임에서 배제되곤 하는 것도 불만이다. 대기업 재직 1년 차인 G(28)씨는 같은 팀에 있는 남자 동기와 달리 선배들과 모이는 술자리, 소모임 등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G씨는 “한 남자 선배에게 왜 나를 부르지 않냐고 물어보니 ‘여자니까 당연히 불편해할 줄 알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남자 동기는 선배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각종 도움과 조언을 받는 거 같은데 여자라는 이유로 따돌림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H(28)씨도 “남성 동료들끼리는 게임, 등산 등 각종 취미를 즐기는데, 여성은 (남성들의 선입견 때문에) 하고 싶은지조차 물어보지 않아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과 그저 회사 동료 관계를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글로벌 성별 격차의 확산

사실 Z세대 남녀가 반목하는 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 때문에 점차 진보적이 되는 반면, 젊은 남성들은 여성의 지위 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점점 보수화하는 추세다. 최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소득 기준 상위 20국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년 전엔 18~29세 남녀 간 정치 성향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2020년엔 모든 국가에서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보수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매우 진보적인 성향(1)부터 매우 보수적인 성향(10)까지를 나타낸 척도에서 남성 평균은 5에 가까운 반면, 여성은 4~4.2에 그친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송재룡 경희대 특임교수(사회학)는 “남녀 갈등은 탈(脫)근대화 교육이 이뤄지면서 일어나는 세계적 현상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다만 투쟁을 통해 상대 주장을 굴복시키는 방식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남녀가 꾸준히 성찰하고 관용의 자세로 역지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