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매직'… 동원그룹 미래 4대 핵심사업으로 바꾼다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4. 3.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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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선임 10년 만에 승진
말단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동원F&B 등 계열사 거쳐
10년간 10여건 M&A 이끌고
공격투자로 그룹 외형 키워
스마트항만 등 신사업 가속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 부회장에 선임된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산, 식품, 소재, 물류 등 4대 핵심 사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동원그룹은 서울시 서초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번 승진으로 5년간 공석이었던 동원그룹 회장 자리가 채워졌다. 동원그룹 회장직은 201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공석이었다.

동원그룹은 김 회장 승진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위한 혁신을 가속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등 미래 신사업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이날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 온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 관계사,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973년생인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2남 2녀 중 차남이다. 1996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동원산업에 입사해 말단 생산직과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미국 미시간대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주 부문) 부사장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았다.

그는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간 10여 건의 M&A와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참치 회사에 머물지 않고 수산을 비롯한 식품과 소재, 물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4대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최근 4년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액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2014년 동원그룹은 약 2750억원을 투자해 종합 포장재 기업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 2015년엔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을 450억원에 인수해 수산 식품에서 축산물 유통으로 식품 사업 영역을 넓혔다. 또 2021년엔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사들이며 2차전지 패키징으로 사업을 확장해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본격 도약했다.

스마트 항만 등 김 회장이 공들이는 그룹의 신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동원그룹은 2017년 약 4200억원을 들여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하며 종합 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다음달 초엔 부산 신항에 국내 최초의 자동화 항만을 개장하며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HMM 인수는 불발됐으나 경영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동원그룹이 다시 도전할지 주목된다.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포장재 사업의 재건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483억원, 영업이익 464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0.9%, 6.1% 줄어든 규모다. 전 세계 경기 침체로 동원시스템즈의 마스크, 알루미늄 등 포장재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반면 식품 사업 부문은 국내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선물세트 등 상품 다양화 전략과 경영 효율화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식품 계열사인 동원F&B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29.5% 증가한 4조3608억원, 1667억원을 기록했다.

'집밥' 수요가 늘면서 참치캔 등 일반식품과 조미김, 냉장햄, 즉석밥 등 신선식품 판매가 늘었고 유제품, 음료 부문도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업 간 거래(B2B) 종합식품기업인 동원홈푸드,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인 동원디어푸드, 사료 제조 판매 기업인 동원팜스 등 자회사들도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동원그룹은 경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 사업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2021년을 마지막으로 멈춰 있는 M&A를 재개하는 시점과 그 대상에도 관심이 모인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HMM뿐만 아니라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맥도날드와도 딜을 추진했지만 최종 결렬된 바 있다.

다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에 더해 자회사 상장 등을 통한 추가적인 자금 조달 능력도 갖추고 있어 M&A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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