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붕괴 볼티모어... 6명 사망 추정 '비탄' 속 항만 기능 회복 나선다

권경성 2024. 3.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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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시 퍼탭스코강 연안 마을 스토니 비치.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이 "도시가 다치고 있어도 깨지지는 않는다"고,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재건이 빠르거나 싸지는 않아도 우리는 결국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 마이노르 산도발(37)의 형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신이라도 찾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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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만에 다리 막아 피해 최소화”
사망 추정 노동자 6명 모두 이민자
잔해 치워야 고용 회복… 구조 중단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다리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대형 컨테이너선에 들이받혀 무너진 다음 날인 27일 퍼탭스코강 연안 마을 스토니 비치에서 주민들이 다리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볼티모어=권경성 특파원

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시 퍼탭스코강 연안 마을 스토니 비치. 종일 쏟아지던 폭우가 잠시 그치자 강가 산책로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던 다리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전날 새벽 대형 컨테이너선에 들이받혀 무너졌다. “영화처럼 비현실적이에요.” 10대 딸 제시카와 함께 온 50대 여성 시언이 말했다. 항구 쪽 멀찍이 아직 선박을 끼운 채 구겨져 있는 다리에서 시선이 거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난 신호 수신 뒤 충돌 순간까지 경찰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90초. 다리 남북 입구로 기민하게 움직여 차를 막았다. “다리 통제가 잘돼 인명 피해가 최소화한 듯해요. 유사시라도 미리 마련된 프로토콜을 잘 지키면 큰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죠.” 시언은 “이번 사고로 오히려 정부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난 대응 역량 보여줄 기회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난은 손해가 아닐 수 있다. 대응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목을 끌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자신감도 없지 않다. 지난해 6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아래를 지나던 유조차에서 불이 나며 상판이 붕괴한 주간(Interstate) 고속도로(I-95)를 보름 만에 복구한 경험이 있다.

27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퍼탭스코강 연안 마을 스토니 비치에서 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붕괴 현장. 구겨진 채 무너진 다리 잔해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끼여있다. 볼티모어=권경성 특파원

회복력도 상기되고 있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이 “도시가 다치고 있어도 깨지지는 않는다”고,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재건이 빠르거나 싸지는 않아도 우리는 결국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차원 재건 비용 전액 지원을 약속하자,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가 곧장 자금을 요청하고 대통령과 통화했다. 항만 폐쇄가 미국 전체 공급망을 흔들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낙관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비탄 분위기도 여전하다. 충돌 당시 다리 위에는 심야 도로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대피 경고는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이제 전부 숨진 것으로 짐작되는 실종자 6명은 모두 중남미 출신 이민자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인 ‘리얼뉴스네트워크’의 막시밀리언 알바레즈 편집장은 “우리가 아침에 수월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이민자들이 한밤에 다리 위에서 도로 구멍을 메우고 있었다”며 “그들에게 비상 상황을 알릴 직통 전화가 왜 없었는지가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이라고 따졌다.


수색 중단 야속한 실종자 가족

얼른 다리 잔해를 치우고 배를 인양해 수로를 다시 뚫어야 항만이 정상화하고 고용도 회복된다. 이날 실종자 6명 중 2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각각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인 35세, 26세 남성이다. 나머지 4명도 사망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실종자 수색·구조에서 사태 수습으로 이날 정부가 대응을 전환한 배경 중 하나다. 부티지지 장관은 “당장 항구에서 일하는 8,000명에 대한 경제적 영향이 불가피하고, 볼티모어항이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항인 만큼 공급망 동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잔해가 다리를 들이받은 컨테이너선 달리호 위에 놓여 있다. 볼티모어=AFP 연합뉴스

실종자 가족은 정부가 야속하다. 온두라스 출신 마이노르 산도발(37)의 형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신이라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구가 계속 닫혀 있으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이가 워낙 많다. WSJ 인터뷰에서 은퇴한 정비공 캘빈 로프는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트럭 운송업체 사장인 브라이언 길은 “항구에서 오는 컨테이너가 일감의 거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다리를 무너뜨린 컨테이너선 달리호(號)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오염된 연료’가 동력 상실의 원인인지도 조사 대상이다.

볼티모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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