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조 투자 발표 배경 “이러다 中알리에 다 무너진다”
지난 27일 쿠팡이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엔 중국 이커머스 부상에 따른 경영진의 위기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쿠팡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합쇼핑몰 앱(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자료, 2월 기준)이 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공격적 투자 없이는 한국 유통업계가 잠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한승 대표 등 쿠팡 경영진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국내 활동반경 확대를 예의주시한 끝에 3조원 투자를 결단했다. 경북 김천과 대전, 울산, 충북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일제히 건립해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 국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82개 시군구(전체 260개)에서 운영 중인 로켓배송은 앞으로 230여개로 확대된다. ‘쿠세권’에 편입되는 대부분 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9월 기준 보유 현금이 100조원으로, 쿠팡의 10배를 초과한다. 이번 한국 시장 투자가 시작일 뿐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 240개국에서 사업을 펼치며 매출·시가총액·영업이익률 등 모든 면에서 쿠팡을 압도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이다. 쿠팡 매출(31조8298억원)과 영업이익(6174억원)의 각각 6배, 38배 수준이다.
알리가 한국에 앞서 진출한 국가들은 이미 C커머스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 시장 둔화로 지난 2010년 초중반부터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서유럽 시장 점유율은 4%(2022년)로, 1위 아마존(20%)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영국·마드리드·프랑크푸르트 등 여러 지역에 물류센터를 지었고 네덜란드·프랑스·스페인 등 대부분 유럽 소비자가 알리를 통해 중국 상품을 직구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진격 중이다. CJ제일제당 등 한국 업체를 대거 입점시킨 ‘K베뉴’를 중심으로 가전과 식품, 가공식품 상품 구색을 늘렸다. 대형 가구와 가전을 무료 배송하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도 론칭했다. 아직 쿠팡과 비교해 배송이 4~5일가량 늦지만, 물류센터를 대거 확충할 경우 급속도로 단축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중순 국내 상륙해 사용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한 테무(Temu), 미국에서 상장해 100조원 조달을 목표하는 패션 이커머스 쉬인(Shein) 등이 한국에 상륙하면 ‘차이나 커머스’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쿠팡 등 한국 이커머스로서는 물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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