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정은 줄이고, 효율은 극대화…'이산화탄소를 잡아라'

서동균 기자 2024. 3.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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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언뜻 봐도 적지 않은 이 숫자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줄여야 할 탄소 목표치이다.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는 뜻인데, 기존의 26.3%였던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높은 수치이다. 이미 지구 온도가 산업화 대비 1.4도 이상 상승한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했는데, 일부 조정이 있었다. 전체 40%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변함없지만 산업 부문은 전과 비교해 14.5%인 목표치가 11.4%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국제협력과 탄소를 저장 및 활용하는 부문 등의 목표는 상향됐다. 산업 부문에 감소한 탄소 목표량만큼은 나머지 부분에서 채우겠다는 뜻이다.
▲ (단위 : 백만톤CO2e, 괄호 안 수치는 2018년 대비 감축)

정부가 탄소 포집으로 2030년까지 줄이겠다는 이산화탄소 양은 1천만 톤 이상으로 탄소 저장으로 480만 톤, 활용으로 640만 톤이다. 이 중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건 동·서해 가스전에 저장할 140만 톤 뿐. 목표는 높아졌지만 그만큼 갈 길은 더 멀어졌다.
 

탄소 포집 및 활용의 현실은?


현재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실증 연구 중이다. 이미 기술력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90% 이상을 포집할 능력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등 유전이 있는 나라들은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해 있다. 포집한 탄소를 유전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를 포집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많은 양의 탄소를 포집해도 이 탄소들을 저장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실제 실증 연구 초기에는 잡은 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렇다면 탄소를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이 분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단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려면 액체 상태로 만들어 운반해야 하고 다시 탄소를 분리시켜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에너지가 쓰인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새로운 물질로 전환하는데 전환율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술 자체는 오래 전인 1980년대부터 있었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쉽게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포집과 활용 동시에(CCS&U→RCC), 효율은 극대화


저장할 곳도 마땅치 않고, 활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연구팀이 에너지 사용은 줄이고 활용의 효율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이웅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화합물인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신공정을 개발했다. 이른바 RCC(Reactive Capture and Conversion) 기술. 포름산은 가죽, 식품, 수소 운반체 등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합물이다. 그 동안은 수입에 의존했었는데 해당 기술을 통해 국내 생산 뿐 아니라 수출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기존 포집 용액인 아민 용액을 통과할 때 곧바로 전환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 개발에만 2~3년이 소요됐다. 전환 효율은 기존 38% 수준에서 82%까지 배 이상 높였다. 높은 효율로 인해 생산 단가 역시 낮아졌는데, 톤당 790달러 수준이었던 포름산 생산 단가가 490달러로 대폭 낮아졌다. 여기에 운반과 탄소 탈착 과정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까지 절약한 셈이다. 탈착에는 보통 톤 당 3~4KJcal의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이를 전부 절약한 것이다. 3~4KJcal는 발전소의 발전량으로 비교해보면 30%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매우 많은 에너지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2025년까지 100kg 규모의 시설설비를 통해 공정검증하고, 2030년에는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연구원 이웅 박사는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상황 속에 탄소를 운반하지 않고 전환하는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고문헌>
Changsoo Kim, Kwangho Park & Ung Lee, et al., "Accelerating the net-zero economy with CO2-hydrogenated formic acid production: Process development and pilot plant demonstration", Joule(2024), doi.org/10.1016/j.joule.2024.01.003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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