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말리기 반복하면서 시간 축적하는 프레스코화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3.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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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는 유럽의 북한이라 불릴 만큼 오랫동안 권위적인 정치체제하에 있었다.

종교가 죄악인 사회주의 독재 국가의 미술학교에서 안리 살라 작가(50)는 순수한 기술적인 의미로만 프레스코화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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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작가 안리 살라
5월 11일까지 국내 개인전
'Noli Me Tangere' 에스터 쉬퍼

알바니아는 유럽의 북한이라 불릴 만큼 오랫동안 권위적인 정치체제하에 있었다. 종교가 죄악인 사회주의 독재 국가의 미술학교에서 안리 살라 작가(50)는 순수한 기술적인 의미로만 프레스코화를 배웠다. 프레스코는 덜 마른 회반죽(intonaco) 바탕 위에 안료를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부터 수세기 동안 사용되며 종교화를 그리는 데 주로 쓰였다.

살라는 "알바니아의 독재 치하에서 종교적 회화를 그리는 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 학교에선 표현의 자유가 없이 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만 그리는 걸 배웠다. 그 속에서 프레스코는 유화, 수채화와 달리 재료 표면이 아직 굳지 않은 상태로 아주 섬세하게 그려야 하는 작업이었고 해방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프레스코로 돌아온 건 편안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스터쉬퍼 서울은 오는 5월 11일까지 안리 살라의 개인전 'Noli Me Tangere'를 연다. 국내 첫 개인전으로, 신작 프레스코화와 작은북을 사용한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다. 살라는 파리 피노 컬렉션,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살라는 영화와 음악 작업을 촬영한다거나 악보에 기반해 영상을 편집하는 등 다른 매체의 속성을 결합하는 영화적(cinematic) 설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특성을 이번에는 평면 회화 작업을 통해 구현한다. 비행기에서 본 풍경, 종교화 등을 담아낸 프레스코화 연작의 화면에 다양한 지질(地質)적 또는 역사적 시간성을 결합해 형식, 역사, 개념을 풍부하게 엮어낸다.

특히 'Noli Me Tangere'(라틴어로 '나를 만지지 말라'는 뜻) 연작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저명한 예술가 프라 안젤리코(1387~1455)가 1425년부터 1430년까지 피렌체 산마르코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를 차용한 작품이다. 프라 안젤리코는 부활한 예수를 보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기쁜 마음에 끌어안으려 하자 예수가 "나를 만지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을 묘사했다. 그 작품의 일부를 그는 회반죽 위에 프레스코로 재현했다.

프레스코 연작은 색상이 반전돼 오래된 화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겹겹이 그림을 그리고 말리면서 진행해야 하는 말 그대로 시간이 걸리는 방식의 작업이다. 대리석은 심지어 3억~6억년 전 유기적 물질이 꽉 차 있는 부드러운 표면을 가졌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그림은 변화하는 찰나에 불과한 순간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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